교통통제 하는 동안 신호등보다 우선
"사고가 한 건도 안 났을 때 보람느껴"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교통안전이 필요한 곳이잖아요. 하루 업무가 끝날 때까지 사고가 한 건도 안 나면 빗물처럼 흘렸던 땀에 힘들었던 것도 모두 씻겨 내려갑니다."
광주 전역에 푹푹 찌는 폭염경보가 열흘 이상 이어지고 있는 4일 오전 광주 남구 백운교차로에서 만난 광주 남부경찰서 남부모범운전자회 소속 택시기사 김진국(63)씨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팔로 닦으면서도 수신호를 멈추지 않았다.
파란색 모범운전자 복장 위에 형광 조끼를 걸친 김씨는 호루라기를 문 채로 양손에 빨간색 경광봉을 들고 백운교차로 한가운데 서서 출근길 차들을 통제하느라 분주했다.
평소에도 차량 통행량이 많아 정체가 심한 백운교차로에서 광주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공사까지 한창 진행 중으로 정체는 전보다 극심해졌다.
김씨는 뜨겁게 달궈져 열기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신호수 역할을 하고 있다. 운전자는 물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안전까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연일 35도가 넘는 '한증막 더위'에 이날도 모범운전자회 소속임을 알리는 파란색 밀짚모자와 선글라스, 팔토시, 쿨워머까지 착용하며 중무장했지만,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강렬한 햇볕과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인해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은 마르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김씨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지하철 공사 현장의 시공사로부터 소정의 급여를 받고 '모범신호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원활한 교통 흐름과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한낮 땡볕 아래서 땀 흘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너무 덥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 속옷까지 다 젖어버리는 경우가 늘 있다"며 "오전 6시에 나와서 오후 7시에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갈 때까지 교통사고가 한 건도 나지 않았다면 엄청난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 지었다.
김씨의 파트너 서기섭(70)씨도 "더운 게 가장 힘들지만 교통사고를 막는다는 사명감 하나로 일한다"며 "한 건의 사고라도 막는 게 중요하다. 줄줄 흐르는 땀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 남구 주월동 광주국제양궁장 앞 교차로에서 만난 모범신호수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파란색 모범운전자 복장과 모자를 착용한 채로 호루라기와 경광봉으로 차량을 유도, 차량흐름을 원활하게 했다.
마찬가지로 선글라스, 팔토시, 쿨워머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였지만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상대적으로 운전자에게 잘 보이는 도로 한복판에 위치하다 보니 그늘 한점 찾아볼 수 없었다. 호루라기를 불기 위해 입 부분만 작게 구멍이 뚫어진 쿨워머가 특히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광주 서부경찰서 서부모범운전자회 소속 모범신호수 정용석(59)씨는 "교통안전이 필요한 곳이니까 폭염에도 자리를 지켜야한다. 주행 중 핸드폰을 보거나 꼬리물기를 하는 운전자들이 많아 공사현장 주변에서는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루하루 사고를 예방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종종 경적을 울리며 욕설과 함께 화를 내는 운전자들이 있다"며 "바쁜 길을 일부러 막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의 활동이니 너그럽게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출·퇴근 시간을 비롯해 교통체증이 우려되는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1~6공구 공사현장에 모범신호수를 투입하고 있다. 이날 현재 투입되는 구간은 총 31곳으로 지난 2021년 4월부터는 광주시 교통정책과, 광주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교통처리대책 태스크포스(TF)를 운영, 매달 1회 정기 회의를 열어 공사로 인해 교통체증이 심한 구간을 파악하고 있다.
또 도로교통법 제5조에 따라 모범신호수는 교통통제를 하는 동안은 경찰과 동일한 권한을 가진다. 이때 모범신호수의 수신호는 신호등보다 우선이 된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낡거나 안전성 미검증 '구조용 에어매트' 수두룩 소방청이 에어매트 '통합 매뉴얼' 정비와 대국민 안전교육에 에어매트 사용 방법에 관한 내용도 보강을 예고 한 가운데 26일 광주서부소방서에서 대원들이 에어매트를 점검하고 있다. 최근 경기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탈출을 위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린 남녀 2명이 모두 숨진 것과 관련해 에어매트가 제 기능을 못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광주·전남지역 소방과 공공 임대아파트가 보유한 공기안전매트(에어매트) 상당수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내구연한이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에어매트를 활용한 구조 작전이 실패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참사를 계기로 '구조용 안전장치'의 안전성 개선 요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는 미흡한 모습이다.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제출받은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방 특수구조대·119구조대·119안전센터가 소방 용품으로 활용 중인 에어매트 1천152개의 28.5%에 해당하는 451개가 내구연한 7년을 초과했다.이 중 내구연한 7년을 초과한 전남 소방관서의 에어매트는 전체 113개의 48.7%에 이르는 55개였다.현행 법령상 에어매트의 최종 내구연한이 규정돼 있지 않아 1년마다 심의회에서 사용 연장을 결정되는 탓에 7년을 한참 넘긴 에어매트가 현장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안전성이 검증된 5층 높이를 초과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인증을 받지 못한 에어매트도 24개(21.2%)에 달했다.광주의 경우 소방관서가 보유한 에어매트 42개 중 노후 제품은 6개(14.3%)였다. KFI 미인증 제품은 10개였다.공공 임대아파트에 구비된 에어매트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전남 소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42곳 중 에어매트를 보유한 41곳의 24개(58.5%)가 노후 제품이었다.아울러 전체의 90.2%에 달하는 37개는 KFI 미인증 제품이었다.광주도 LH 아파트 35곳 중 에어매트를 보유한 단지는 33곳의 20개가 노후 제품이었다.미인증 제품은 전체의 93%가량인 31개였다.용혜인 의원은 "부천 화재 참사 당시 에어매트 구조 실패로 살릴 수 있던 2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에어매트를 구조 현장에서 계속 활용해야 하는 만큼 임시방편 대책이 아닌 근본적으로 구조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5층형 이상 에어매트의 안전성을 검증·인증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피난 기구인 전국 아파트의 에어매트 역시 전수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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