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 갈등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환자를 돌보는 인력이 없다며 막상 병원을 옮겨달라는 말을 들으니 막막한 심정입니다."
고용 승계와 공공병원 직영화를 둘러싸고 빚어진 갈등으로 시작된 노조의 파업으로 환자들이 갈 곳을 잃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인력 만으로 더 이상 환자를 정상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병원 측이 전체 입원환자에 대한 퇴·전원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28일 오전 광주 남구 시립제2요양병원.
병원 측이 전날까지 전원·퇴원 조치를 통보했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아 하는 수 없이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꽤 있었다.
병원 정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구급차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전원할 병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들것에 실려 병원 밖으로 나온 뒤 곧장 구급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병실에서 사용하던 의료기기와 이불을 비롯한 생활용품을 구급차에 싣느라 분주한 보호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같은 상황의 원인은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발생한 의료 공백. 병원 측이 이달 11일 처음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전원을 고려해달라"며 안내한 데 이어 24일에는 병원장 명의로 "27일까지 입원 중인 환자들을 퇴·전원 해달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4개 병동 평균 185명에 달하는 입원 환자들을 파업 이후 의사 3명과 수간호사 4명으로만 살피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날 오전 기준 81명의 환자들이 남은 상태다.

병원 정문 앞에서 만난 정윤호(66)씨는 "시립이다 보니 다른 병원보다는 체계가 있다고 믿고 올초 장모님을 이곳으로 모셨는데 갑작스러운 전원 안내에 다른 요양병원을 알아보느라 애를 먹었다"며 "노사 양측의 입장이 모두 이해는 되지만 결국 입원한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어 안타깝다.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보호자 김모(61·여)씨는 "옮길 만한 병원을 찾아봤지만 전부 거절당했다. 병원 측에서 전원이 가능한 병원 목록을 주긴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며 "말은 환자를 위한 파업이라면서 결국 피해는 애꿎은 환자들만 보고 있다. 요구할 건 요구하더라도 일은 하는게 옳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민주노총 제2시립요양병원 노조는 7일부터 고용 승계와 공공병원 직영화 등을 요구하며 22일째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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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초콜릿 대신 기프티콘"...달라진 수능 응원
11일 오후 광주 동구의 한 프랜차이즈 문구·잡화 전문점. 한 시민이 입구에 진열된 다양한 수능 응원 상품을 보고 있다.
11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떡집. 진열대에는 수능 합격을 기원하는 떡이 보이지 않았다.
"요즘은 수능 잘 보라고 떡보다 기프티콘을 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떡이나 초콜릿 대신 모바일 키프티콘을 건네는 풍경이 늘고 있다.수험생들의 그동안 노력이 결실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응원 방식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다.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1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떡집. 찹살떡을 비롯해 진열대에는 수능 합격을 기원하는 떡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합격떡'이나 '합격 기원'이라고 적힌 선물 세트도 보이지 않았다.20년째 이곳에서 떡집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예전에는 수능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떡을 사거나 학원에서 단체 주문이 들어오곤 했는데 요즘은 찾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이젠 굳이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다"고 하소연했다.비슷한 시간 찾은 인근 빵집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 빵집부터 프랜차이즈 매장까지 '합격 기원', '수험생 꿈을 응원합니다' 등을 문구를 내걸었지만 찾는 손님은 드물었다.11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빵집. 수능 합격을 기원하는 문구가 매장 입구에 걸려 있었지만 찾는 손님 없이 한산했다.한 프랜차이즈 빵집 업주는 "수능이라고 해서 매출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빼빼로데이만 해도 상품을 진열해둬도 예전같이 눈길을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코로나 이후 자리잡은 비대면 문화 때문인지 최근 몇년 사이에는 찹살떡이나 초콜릿 선물 세트를 준비해도 팔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11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프랜차이즈 빵집. 수험생 꿈을 응원한다는 문구가 매장 유리창에 붙어 있었지만 찾는 손님 없이 한산했다.반면, 동구의 한 프랜차이즈 문구·잡화 전문점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매장 입구부터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들이 눈에 띄었다.시험 당일 필요한 아날로그 시계부터 스탑워치, 네잎클로버, 행운키링, 행운필기구, 행운부적 등 수능 응원 상품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누나가 올해 수능을 치른다는 중학생 정승훈(16)군은 "초콜릿도 좋지만 먹으면 사라지는 선물 대신 시험장에 들고 갈 수 있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 누나가 키링을 좋아하기도 한다"며 "누나에게 시험장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걸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카카오톡에서 마련한 수능 응원 이모티콘. 카카오톡 캡처모바일 기프티콘을 이용해 수험생을 응원하는 것이 요즘 대세라는 목소리도 많았다.선물을 받는 사람은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선물을 하는 사람도 조용히 응원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실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는 상품권과 교환권부터 핫팩, 비타민 등 다양한 선물이 가격대별로 마련돼 있었다.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마련된 수능 응원 상품들. 카카오톡 선물하기 캡처수능을 치르는 동생에게 모바일 기프티콘을 보냈다는 정소연(24·여)씨는 "지금은 무엇이 필요한 지 직접 묻는 것도 조심스러운 때다. 4년 전 수능을 치렀을 때도 기프티콘을 받았던 기억이 좋아 자연스럽게 기프티콘을 선택하게 됐다"며 "간편하게 응원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프티콘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마음이 편하다 보니 수능 선물로는 대세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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