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노사갈등이 부른 강제 퇴·전원…갈 곳 잃은 환자들 어떡해

입력 2023.07.28. 17:50 박승환 기자
노조 파업 장기화로 전체 입원환자 퇴·전원 조치
28일 오전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입원환 환자 한 명이 다른 병원으로 가기 위해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노사 갈등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환자를 돌보는 인력이 없다며 막상 병원을 옮겨달라는 말을 들으니 막막한 심정입니다."

고용 승계와 공공병원 직영화를 둘러싸고 빚어진 갈등으로 시작된 노조의 파업으로 환자들이 갈 곳을 잃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인력 만으로 더 이상 환자를 정상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병원 측이 전체 입원환자에 대한 퇴·전원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28일 오전 광주 남구 시립제2요양병원.

병원 측이 전날까지 전원·퇴원 조치를 통보했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아 하는 수 없이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꽤 있었다.

병원 정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구급차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전원할 병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들것에 실려 병원 밖으로 나온 뒤 곧장 구급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병실에서 사용하던 의료기기와 이불을 비롯한 생활용품을 구급차에 싣느라 분주한 보호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같은 상황의 원인은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발생한 의료 공백. 병원 측이 이달 11일 처음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전원을 고려해달라"며 안내한 데 이어 24일에는 병원장 명의로 "27일까지 입원 중인 환자들을 퇴·전원 해달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4개 병동 평균 185명에 달하는 입원 환자들을 파업 이후 의사 3명과 수간호사 4명으로만 살피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날 오전 기준 81명의 환자들이 남은 상태다.

28일 오전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입원환 환자 한 명이 다른 병원으로 가기 위해 병원을 나오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병원 정문 앞에서 만난 정윤호(66)씨는 "시립이다 보니 다른 병원보다는 체계가 있다고 믿고 올초 장모님을 이곳으로 모셨는데 갑작스러운 전원 안내에 다른 요양병원을 알아보느라 애를 먹었다"며 "노사 양측의 입장이 모두 이해는 되지만 결국 입원한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어 안타깝다.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보호자 김모(61·여)씨는 "옮길 만한 병원을 찾아봤지만 전부 거절당했다. 병원 측에서 전원이 가능한 병원 목록을 주긴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며 "말은 환자를 위한 파업이라면서 결국 피해는 애꿎은 환자들만 보고 있다. 요구할 건 요구하더라도 일은 하는게 옳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민주노총 제2시립요양병원 노조는 7일부터 고용 승계와 공공병원 직영화 등을 요구하며 22일째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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