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권 폐기해라" vs "공개 토론하자"

입력 2023.07.26. 18:38 이관우 기자
역사왜곡 논란 '전라도천년사' 기자회견
시민단체, 전권 폐기하고 대국민 사과해야
편찬위, 공개 토론 통해 시·도민이 판단해야
내달 중 3개 지자체서 3차례 토론 개최 예정
바른역사시민연대, 전라도오천년바로잡기500만 전라도민연대 등 광주, 전남·북 시민단체가 26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라도천년사 34권 전권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역사서 '전라도천년사' 발간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편찬위)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권 폐기'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문제 없다'는 편찬위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강대강 대치로 치닫는 양상이다.

바른역사시민연대, 전라도오천년사바로잡기500만전라도민연대 등 광주와 전남·북 시민단체 30곳은 26일 광주시의회에서 '친일사관 역사왜곡, 전라도천년사 전 34권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라도천년사 34권 전권 폐기는 마땅하다"고 운을 떼며 "이 역사서는 전라도의 혼이며 세계의 자랑거리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 역사학자가 대한민국 역사와 전라도 역사를 식민사관으로 왜곡하고 분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민사관이 차고도 넘치는 이 역사서를 목도하는 시민사회와 광주시민은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세계적인 문화선진국에서 이런 논쟁을 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특히 '약무호남 시무국가' 전라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에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전라도천년사를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도 발표했다.

특히 '호남은 고조선 강역이 아니라는 것', '가야=임나라는 것', '일본열도에 있어야할 임나를 한반도 남부 경상도와 전라도에 비정한 것', '백제는 소국으로 만들고 백제 담로였던 4~5세기 야마토왜를 독립국가로 명시한 것', '고려영토와 조선영토를 식민사관으로 한반도에 가둔 것', '우리 민족의 부끄러운 역사는 확대 재생산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는 지우거나 축소시킨 것', '전라도의 고대 문명을 낙후한 지역으로 기술한 것' 등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단체는 편찬위가 월권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라도천년사 편찬을 위탁 받은 편찬위는 사업이 끝났으면 발간 주체인 3개 지자체에 사업 결과를 보고하는 것으로 업무를 마무리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 질서이고 상식이다"면서 "그런데 문제를 일으킨 편찬위가 전라도천년사를 e북으로 공개하고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시민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편찬위가 지자체보다 상급 조직인 것처럼 보이는 행위이자 지자체가 본연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기에 벌어진 일"고 꼬집었다.

이어 "편찬위가 3개 지자체 공무원과 의회 의원을 수시로 만나 전라도천년사를 설명하고 있다"면서 "행정의 투명성을 해치는 일일뿐 아니라 식민사관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한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라도천년사에 식민사관이 포함됐는지 확인하는 일은 3개 지자체 몫이다. 이를 편찬위에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3개 지자체는 전라도천년사 34권 전권을 즉각 폐기하고, 편찬위는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고 해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편찬위도 같은 날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공개 학술토론회를 열어 그동안 논란이 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편찬위는 "대한민국 각 분야별 대표 학자들에 의해 집필된 전라도천년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한문적 토론으로 진행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내달 중 3개 지자체에서 총 3회에 걸쳐 공개 학술토론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

토론 내용에 대해선 "e북으로 공개한 전라도천년사를 공람한 시·도민들이 접수한 공람의견 내용을 검토한 뒤 공통된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했다.

편찬위는 "접수된 157건의 공람의견 대부분이 고대사에 집중돼 있어서 마한 존속시기, 가야사 관련 일본서기·지명 사용 등 내용을 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편찬위는 "그동안 3차례의 공개방송 토론회를 통해 시·도민 및 대중들에게 한국 고대사학계 및 고고학계의 성과를 바탕으로 마한 및 가야사에 대한 새로운 연구성과를 소개했다. 또한 학문적 토론이 아니라 국민 감정을 자극해 식민사학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 고고학·고대사 관련 전국학회 및 호남권 역사학회·연구기관들도 이를 심각히 우려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며 공개 학술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개 토론은 편찬위와 이의제기자 간 견해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최종적인 판단은 시·도민에게 맡길 것"이라고 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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