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령+기초수급자 10년간 2.5배 증가
최근 폭염 환자 3명 중 1명 고령층에 집중
재난취약층 위한 전담부서·맞춤 지원 필요
2023 무등일보 특별 대기획
[제한급수 경고…재난의 양극화] 제1부 물과 불평등 ⑤가뭄에 드러난 불편한 진실
광주광역시가 극단으로 치닫는 양극화 된 날씨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극심한 가뭄이 끝나자 마자, 시간 당 50㎜ 이상의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홍수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폭염과 폭우는 하루에도 수시로 자리바꿈한다. 이 모든 게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탓이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자치단체의 대응과 빈부 격차 등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취약 계층마저 급증하고 있다. 재난 상황을 대비한 사회 안전망 구축과 안전 매뉴얼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재난취약 계층인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기초수급자) 수가 지난 2012년 6만684명에서 2021년 말 기준, 9만1천548명으로 급증했다. 최근 10년 사이 3만864명 늘어난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고령)도 마찬가지다. 2012년 14만4천732명이던 고령 인구는 이듬해 15만명을 넘긴 후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21년엔 21만3천291명으로 뛰었다.
문제는 고령층의 빈곤화가 심각해지면서 고령이면서 기초수급자 수도 늘었다는 점이다. 2012년 1만106명에서 2021년 2만5천176명으로 149%가 증가했다.
광주재난안전통계연보(2012~2021) 분석 결과, 3대 기후재난인 홍수와 가뭄, 폭염이 짧은 시간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1일 광주엔 시간당 강수량 51.7㎜(오전 11시 28분~오후 12시 28분)가 쏟아지면서 어린이집 천장이 무너지고 전력공급이 끊기는 등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1주일 전만 해도 잇단 폭염에 올해에만 1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최근 5년으로 확대하면 217명에 달한다. 이 중 모두 4명이 숨졌다. 앞선 2020∼2021년에는 풍수해와 폭설·황사 모두 강하게 발생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취약 계층의 재난 피해 가능성이 그 만큼 높아진 셈이다. 장현정 광주시 안전정책팀장은 "재난 발생 정보나 대응이 늦을 수 밖에 없다"며 "실제로 최근 폭염 환자의 3명 중 1명은 고령층"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담 부서와 맞춤형 지원이 가능한 매뉴얼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복지연구원 허준기 연구원은 "재난 상황에서 복지 전달이 중단되면서 취약계층이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면서 "지자체나 정부가 이들의 어려움을 고려할 수 있는 시스템(매뉴얼)을 만들거나 전담 부서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 전달이 중단되거나, 위험 상황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소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재난에 대비한 기금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인 박미정 광주시의원은 "재난관리기금은 큰 재난이 닥칠 경우 한꺼번에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도록 충분히 쌓아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지자체는 일반회계에서 재난관리기금액을 '최근 3년 동안의 지방세법에 의한 보통세 수입결산액 평균연액의 100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을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주시는 현재, 누적(1997~2023) 기준 2천261억4천500만원을 적립했다. 법적 최소 적립 금액(2천3억3천400만원)을 살짝 넘긴 셈이다. 다만, 올해는 170억6천500만원을 확보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100억원만 적립했다. 법적 기준치에 70억원가량 부족한 금액이다. 박 시의원은 "법적으로 최소치만 채울 게 아니라, 평소에 그 이상으로 채워둬야 재난에 대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 엉터리 도면에 곳곳 지뢰밭···뒤떨어진 재난행정 정비를 2023 무등일보 특별 대기획[제한급수 경고…재난의 양극화] 제2부 본격화된 물 전쟁 ③광주시 노후화된 컨트롤타워"공사 현장에서 땅 파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불안합니다."8월 중순쯤, 광주 서구 금호동 모 카페서 만난 김길은(31)씨는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개업 석달여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지난 6월 1일 오후 7시께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던 어처구니없는 수해 탓이었다. 인근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2공구 현장에서부터 엄청난 양의 물이 순식간에 밀려들었다. 공사 도중 상수도관이 터지면서다.당시 사고로 쏟아져 나온 물은 8천여t. 교차로 중간 지점에선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10m 넘게 뿜어 오른 물은 주변 상가를 덮쳤다. 손 쓸 틈도 없이 허리춤까지 차 올랐다. 문틈으로 물이 밀려 들어오고 에어컨·전등에서도 줄줄 샜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물론 카운터 계산대와 제빙기·커피머신 등 침수 피해를 당한 전자기기·기계들은 쓸 수가 없게 된 것이다.김씨는 지난 3월 카페를 인수한 새내기 자영업자다. 한달여 간의 복구 끝에 7월 3일 문을 다시 열었지만, 상실감이 크다. 그는 "가게를 재오픈 하는 데 수천만원이 들었다"면서 "광주시로부터 피해보상금을 아직 못받다 보니,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처럼 '지하철 공사장 상수도관 파손'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곳은 약국과 과일가게·미용실·정육점 등 10여 곳에 달한다.가뭄이 극심했던 올해 초, 유독 상수도관 파손 사고가 많았다. 이유가 뭘까.현장은 지뢰밭에 비유되곤 한다. 빈번한 사고 발생 탓이다. 앞선 지난 2월 도시철도 2호선 남구청~양림휴먼시아 구간에서 토목공사를 하던 중 50㎜ 분기관 파손으로 누수가 발생했다. 4월에도 풍금사거리 2호선 공사현장에서 땅을 파던 중 상수도관이 터졌다. 2호선 공사가 본격 시작된 2020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상수도관 파손 사고는 총 26건(누수량 4만4천917t)에 달한다.◆끊이지 않는 상수도 사고, 대부분 관재(?)전문가들은 상수도 관련 사고가 대부분 관재(官災)라고 지적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이 매번 사고를 일으킨다는 거다. 도시철도 공사장 사고가 대표적이다.광주시가 갖고 있는 관련 자료들은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다. 예컨대, 시에는 상수도·하수도·도시가스·전기·난방·통신 등 6대 지하시설물의 매설위치와 심도 등을 기록한 'GIS(지리정보시스템)'가 있다.실제 현장에서 땅을 파기 전, 시설물이 매설됐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실시설계도면도 이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문제는 도면이 실제 시설물 구조와 다르다는 점이다.도면은 2호선 착공 전인 2019년 8월, 1단계 1∼6 공구 전 구간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업 지연과 함께 구간 별 착공시점 차이 등 변화가 생기면서 잇단 사고가 터져나오고 있다. 급수관·배수관 등을 포함한 작은 규모의 수도관의 경우 수시로 공사를 한다.광주시 GIS엔 정보가 수정되지만, 4년 전 도면엔 반영되지 않는다. 상수도관 파손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도면과 실제 매설 현장의 괴리는 또 있다. 분기마다 업데이트되는 GIS는 광주시 내부망 컴퓨터로만 사용할 수 있다. 정작 관련 정보가 필요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상수도관만 기록한 별도의 GIS 구축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마시는 물 부실 관리는 시민의 안전, 생명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2월 덕남정수장에서 5만7천여t 넘는 물이 그대로 버려진 사고는 상징적이다. 하루 20만명이 사용할 물이었다. 최악의 가뭄 탓에 시민들이 '절수운동'에 발벗고 나선 때였다. 당시 서구·남구·북구·광산구 2만8천576세대에 수돗물이 중단됐다.광주시 상수도 행정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 간 정기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보고서 허위 작성과 초동 대처 미흡 등 전반에 걸쳐 부실이 확인되면서다. 사고의 여파는 컸다. 단수 사태 피해보상을 받은 결과 총 186건이 접수됐고, 피해보상액 신청은 1억3천70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상수도사업본부는 매년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휘말렸다. 앞선 2019년 11월엔 남구·서구 일대에서 이물질 수돗물 사고가 있었다.수돗물이 붉어 흙탕물이 섞인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발암물질인 나플탈렌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경악할만한 사고에 이용섭 당시 시장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그 뒤로도 수돗물 사고는 계속됐다. 전문가들이 물 관리·운영 컨트롤타워에 실질적 쇄신과 함께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주문하는 배경이다.◆재난행정 연속성 중요… 전문 조직 필요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상수도본부엔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수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수시설운영관리사의 경우 1급 2명, 2급 4명 등이 부족하다. 해당 자격증 시험이 어렵다 보니 관련 전문가 찾기가 쉽지 않다. 이들을 유인할만한 인센티브도 부족하다. 여기에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하수도 업무와 무관한 인력을 배치하는 등 안일한 인사 관행도 문제로 꼽힌다.상수도본부는 업무 특성상 경험있고 노하우를 가진 전문인력의 장기간 근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평균 근무연수는 1년 8개월쯤 된다. 5급 이하 간부는 1년 5개월, 6급 이하는 1년 10개월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하위직급들이 많아 즉각적인 대처가 늦곤 한다. 흐린물 발생, 긴급 누수복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박미정 광주시의원은 "상수도관 공사 중 자주 파열되고 물이 솟는 이유 중 하나는 공사하는 분들의 인건비와도 관련된다"며 "숙련된 포크레인 기사가 필요한데 저단가계약으로 하다보니 인건비 절감밖에 없어 더 사고 잦다"며 "내부적으론 중간 관리자에 비해 경험없는 초급직원들에게 업무량이 쏠리다 보니, 일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배울수 있는 시스템이 안된다"고 설명했다.그릇된 인식도 문제다. 광주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곳이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선 '상수도사업본부로 가는 건 유배'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오래전부터 상수도 관련 업무는 대표적인 '한직'으로 분류돼 왔기 때문이다. 인사 때마다 인력난을 겪는 이유다. 조직 내부도 문제다. 교육 등을 통한 전문성 강화 의지도 많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법정교육 이수율은 44%에 그쳤다.최근 뉴노멀이 돼 가는 이상기후 탓에 적응보다는 변화가 더 빠르게 다가온다.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재난 행정은 연속성이 가장 중요한데, 행정 시스템이 계속 변화하는 기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에 대비한 재난안전역량센터를 새롭게 만들어서 재난과 관련된 법과 매뉴얼을 끊임없이 보완해 과학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필요하다면 조례를 제정해서라도 재난 행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박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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