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용수 작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며
용존산수량 급감…물고기 집단 폐사로
"빗물 땅에 스미고 유입할 투수층 필요"
2023 무등일보 특별 대기획
[제한급수 경고···재난의 양극화]?제1부 물과 불평등 ④멈춰버린 분수·악취 뿜는 도심
광주광역시 도심을 관통하는 광주천의 수질 환경이 가뭄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4월 광주천에선 물고기가 장소를 달리하며 잇따라 떼죽음 당했다. 이때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극심한 가뭄으로 영산강과 주암댐에서 끌어오던 하천 유지용수 공급이 급격하게 줄어든 시기와 겹치면서다.
무등일보가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정기 측정하는 '광주천 수질자료'를 분석한 결과, 물고기 떼죽음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용존산소량(DO)'과 하천 유지용수와의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용존산소량은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이다. 물 속에 부족할 경우 어류들이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에 하천 생태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맑은 강물에선 통상 7~10PPM 측정된다. 5PPM 아래로 내려가면 물고기 생존이 어렵게 된다.
광주천에선 폐사한 물고기들이 두 차례 목격됐다. 3월 22일 광주천 치평교~상무대교 사이 세월교와 4월 15일 치평교 인근에서다. 광주천 중류에 속하는 광운교를 기준으로 용존산소량을 살펴보면 3월 6일에는 12.3PPM이었다. 하지만 4월 3일 8.3PPM, 5월 3일 7.3PPM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4월 떼죽음 직후 광주시가 인근 광주천 수질을 검사한 결과, 1~4.5PPM에 불과했다. 생존 마지노선인 5PPM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내린 비로 도로변 등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용존산소가 더 떨어졌다는 거다.
3~4월은 광주천 유지용수를 위해 끌어올린 영산강 물을 식수로 활용하면서 수량이 급격히 줄어든 때다. 저수율이 떨어진 주암댐도 마찬가지. 3월 유지용수의 방류량은 115만7천848t이었다. 1년 전 210만3천842t과 비교하면 45%(93만1천593t) 가량 줄었다. 4월엔 164만1천929t으로 늘렸다. 악취가 심해지고 잇단 물고기 집단 폐사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그럼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214만7천485t에 비해 50만5천556t(23.54%) 적었다.
5월 가뭄 해갈이 없었다면 생태 환경은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최소한의 용존산소량이 없으면 물고기를 비롯한 물 속 생명체 대부분이 살 수 없게 된다"며 "기계를 사용해 산소를 불어 넣는 등의 방법으로 용존산소 고갈을 늦출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량 확보뿐이다"고 말했다.
자연수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은 "광주천에는 하숫물이 유입되는 구간이 있는데 가뭄 상황에서는 오염된 물의 유입을 더 막아야 한다"면서 "상류에서부터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와야 하는데,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고 투과해 광주천으로 유입되게 할 투수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엉터리 도면에 곳곳 지뢰밭···뒤떨어진 재난행정 정비를 2023 무등일보 특별 대기획[제한급수 경고…재난의 양극화] 제2부 본격화된 물 전쟁 ③광주시 노후화된 컨트롤타워"공사 현장에서 땅 파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불안합니다."8월 중순쯤, 광주 서구 금호동 모 카페서 만난 김길은(31)씨는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개업 석달여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지난 6월 1일 오후 7시께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던 어처구니없는 수해 탓이었다. 인근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2공구 현장에서부터 엄청난 양의 물이 순식간에 밀려들었다. 공사 도중 상수도관이 터지면서다.당시 사고로 쏟아져 나온 물은 8천여t. 교차로 중간 지점에선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10m 넘게 뿜어 오른 물은 주변 상가를 덮쳤다. 손 쓸 틈도 없이 허리춤까지 차 올랐다. 문틈으로 물이 밀려 들어오고 에어컨·전등에서도 줄줄 샜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물론 카운터 계산대와 제빙기·커피머신 등 침수 피해를 당한 전자기기·기계들은 쓸 수가 없게 된 것이다.김씨는 지난 3월 카페를 인수한 새내기 자영업자다. 한달여 간의 복구 끝에 7월 3일 문을 다시 열었지만, 상실감이 크다. 그는 "가게를 재오픈 하는 데 수천만원이 들었다"면서 "광주시로부터 피해보상금을 아직 못받다 보니,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처럼 '지하철 공사장 상수도관 파손'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곳은 약국과 과일가게·미용실·정육점 등 10여 곳에 달한다.가뭄이 극심했던 올해 초, 유독 상수도관 파손 사고가 많았다. 이유가 뭘까.현장은 지뢰밭에 비유되곤 한다. 빈번한 사고 발생 탓이다. 앞선 지난 2월 도시철도 2호선 남구청~양림휴먼시아 구간에서 토목공사를 하던 중 50㎜ 분기관 파손으로 누수가 발생했다. 4월에도 풍금사거리 2호선 공사현장에서 땅을 파던 중 상수도관이 터졌다. 2호선 공사가 본격 시작된 2020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상수도관 파손 사고는 총 26건(누수량 4만4천917t)에 달한다.◆끊이지 않는 상수도 사고, 대부분 관재(?)전문가들은 상수도 관련 사고가 대부분 관재(官災)라고 지적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이 매번 사고를 일으킨다는 거다. 도시철도 공사장 사고가 대표적이다.광주시가 갖고 있는 관련 자료들은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다. 예컨대, 시에는 상수도·하수도·도시가스·전기·난방·통신 등 6대 지하시설물의 매설위치와 심도 등을 기록한 'GIS(지리정보시스템)'가 있다.실제 현장에서 땅을 파기 전, 시설물이 매설됐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실시설계도면도 이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문제는 도면이 실제 시설물 구조와 다르다는 점이다.도면은 2호선 착공 전인 2019년 8월, 1단계 1∼6 공구 전 구간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업 지연과 함께 구간 별 착공시점 차이 등 변화가 생기면서 잇단 사고가 터져나오고 있다. 급수관·배수관 등을 포함한 작은 규모의 수도관의 경우 수시로 공사를 한다.광주시 GIS엔 정보가 수정되지만, 4년 전 도면엔 반영되지 않는다. 상수도관 파손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도면과 실제 매설 현장의 괴리는 또 있다. 분기마다 업데이트되는 GIS는 광주시 내부망 컴퓨터로만 사용할 수 있다. 정작 관련 정보가 필요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상수도관만 기록한 별도의 GIS 구축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마시는 물 부실 관리는 시민의 안전, 생명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2월 덕남정수장에서 5만7천여t 넘는 물이 그대로 버려진 사고는 상징적이다. 하루 20만명이 사용할 물이었다. 최악의 가뭄 탓에 시민들이 '절수운동'에 발벗고 나선 때였다. 당시 서구·남구·북구·광산구 2만8천576세대에 수돗물이 중단됐다.광주시 상수도 행정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 간 정기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보고서 허위 작성과 초동 대처 미흡 등 전반에 걸쳐 부실이 확인되면서다. 사고의 여파는 컸다. 단수 사태 피해보상을 받은 결과 총 186건이 접수됐고, 피해보상액 신청은 1억3천70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상수도사업본부는 매년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휘말렸다. 앞선 2019년 11월엔 남구·서구 일대에서 이물질 수돗물 사고가 있었다.수돗물이 붉어 흙탕물이 섞인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발암물질인 나플탈렌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경악할만한 사고에 이용섭 당시 시장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그 뒤로도 수돗물 사고는 계속됐다. 전문가들이 물 관리·운영 컨트롤타워에 실질적 쇄신과 함께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주문하는 배경이다.◆재난행정 연속성 중요… 전문 조직 필요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상수도본부엔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수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수시설운영관리사의 경우 1급 2명, 2급 4명 등이 부족하다. 해당 자격증 시험이 어렵다 보니 관련 전문가 찾기가 쉽지 않다. 이들을 유인할만한 인센티브도 부족하다. 여기에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하수도 업무와 무관한 인력을 배치하는 등 안일한 인사 관행도 문제로 꼽힌다.상수도본부는 업무 특성상 경험있고 노하우를 가진 전문인력의 장기간 근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평균 근무연수는 1년 8개월쯤 된다. 5급 이하 간부는 1년 5개월, 6급 이하는 1년 10개월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하위직급들이 많아 즉각적인 대처가 늦곤 한다. 흐린물 발생, 긴급 누수복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박미정 광주시의원은 "상수도관 공사 중 자주 파열되고 물이 솟는 이유 중 하나는 공사하는 분들의 인건비와도 관련된다"며 "숙련된 포크레인 기사가 필요한데 저단가계약으로 하다보니 인건비 절감밖에 없어 더 사고 잦다"며 "내부적으론 중간 관리자에 비해 경험없는 초급직원들에게 업무량이 쏠리다 보니, 일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배울수 있는 시스템이 안된다"고 설명했다.그릇된 인식도 문제다. 광주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곳이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선 '상수도사업본부로 가는 건 유배'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오래전부터 상수도 관련 업무는 대표적인 '한직'으로 분류돼 왔기 때문이다. 인사 때마다 인력난을 겪는 이유다. 조직 내부도 문제다. 교육 등을 통한 전문성 강화 의지도 많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법정교육 이수율은 44%에 그쳤다.최근 뉴노멀이 돼 가는 이상기후 탓에 적응보다는 변화가 더 빠르게 다가온다.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재난 행정은 연속성이 가장 중요한데, 행정 시스템이 계속 변화하는 기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에 대비한 재난안전역량센터를 새롭게 만들어서 재난과 관련된 법과 매뉴얼을 끊임없이 보완해 과학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필요하다면 조례를 제정해서라도 재난 행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박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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