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말라버린 광주천··· '죽음의 하천' 될뻔

입력 2023.07.03. 00:51 이삼섭 기자
제1부 물과 불평등 ④멈춰버린 분수·악취 뿜는 도심
유지용수 작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며
용존산수량 급감…물고기 집단 폐사로
"빗물 땅에 스미고 유입할 투수층 필요"
건천 상태인 광주천이 인공적으로 하류에서 물을 끌어 올려 물을 다시 흘러보내야 하는데 가뭄이 계속되면서 펌핑을 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자 오염이 심해지고 용존산소량이 부족해지면서 물고기가 폐사, 지난 4월 22일 광주천 치평교와 상무대교 사이인 세월교에 폐사한 잉어가 떠다니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2023 무등일보 특별 대기획

[제한급수 경고···재난의 양극화]?제1부 물과 불평등 ④멈춰버린 분수·악취 뿜는 도심

광주광역시 도심을 관통하는 광주천의 수질 환경이 가뭄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4월 광주천에선 물고기가 장소를 달리하며 잇따라 떼죽음 당했다. 이때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극심한 가뭄으로 영산강과 주암댐에서 끌어오던 하천 유지용수 공급이 급격하게 줄어든 시기와 겹치면서다.

무등일보가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정기 측정하는 '광주천 수질자료'를 분석한 결과, 물고기 떼죽음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용존산소량(DO)'과 하천 유지용수와의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용존산소량은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이다. 물 속에 부족할 경우 어류들이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에 하천 생태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맑은 강물에선 통상 7~10PPM 측정된다. 5PPM 아래로 내려가면 물고기 생존이 어렵게 된다.

광주천에선 폐사한 물고기들이 두 차례 목격됐다. 3월 22일 광주천 치평교~상무대교 사이 세월교와 4월 15일 치평교 인근에서다. 광주천 중류에 속하는 광운교를 기준으로 용존산소량을 살펴보면 3월 6일에는 12.3PPM이었다. 하지만 4월 3일 8.3PPM, 5월 3일 7.3PPM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4월 떼죽음 직후 광주시가 인근 광주천 수질을 검사한 결과, 1~4.5PPM에 불과했다. 생존 마지노선인 5PPM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내린 비로 도로변 등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용존산소가 더 떨어졌다는 거다.

3~4월은 광주천 유지용수를 위해 끌어올린 영산강 물을 식수로 활용하면서 수량이 급격히 줄어든 때다. 저수율이 떨어진 주암댐도 마찬가지. 3월 유지용수의 방류량은 115만7천848t이었다. 1년 전 210만3천842t과 비교하면 45%(93만1천593t) 가량 줄었다. 4월엔 164만1천929t으로 늘렸다. 악취가 심해지고 잇단 물고기 집단 폐사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그럼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214만7천485t에 비해 50만5천556t(23.54%) 적었다.

5월 가뭄 해갈이 없었다면 생태 환경은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최소한의 용존산소량이 없으면 물고기를 비롯한 물 속 생명체 대부분이 살 수 없게 된다"며 "기계를 사용해 산소를 불어 넣는 등의 방법으로 용존산소 고갈을 늦출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량 확보뿐이다"고 말했다.

자연수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은 "광주천에는 하숫물이 유입되는 구간이 있는데 가뭄 상황에서는 오염된 물의 유입을 더 막아야 한다"면서 "상류에서부터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와야 하는데,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고 투과해 광주천으로 유입되게 할 투수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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