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투병기]5일동안 몸살·두통으로 끙끙···오미크론, 약하지 않았다

입력 2022.03.01. 13:59 선정태 기자
코로나 확진 기자 가족의 자가격리·투병기
통화 3시간 만에 비대면 진료·처방
타이레놀 한 알이 아쉬워
'체온계·상비약 구비' 교훈
지난달 26일 광주 서구 보건소 직원이 격리 중이 기자 집을 찾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 기자 가족의 자가격리·투병기]

코로나19의 다섯번째 변이 오미크론의 확산이 정점을 향해 가면서 2천명을 넘었던 광주·전남의 확진자는 불과 2주 만에 8천명을 넘어서며 1만명을 향해 가고 있다.

확진자가 넘쳐나면서 신규 확진자의 90% 이상이 재택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2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취재기자 역시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일주일간 재택 격리를 통한 '셀프치료'에 들어갔다.

코로나 증상이 나타난 초기 복용했던 집에 있던 상비약.

◆ 오미크론, 결코 약하지 않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변이보다 증상이 약하거나 증상이 없다고 판단, 재택치료 위주의 방역체계로 전환했다. 다만 확진자가 늘어난 만큼 고령층 중심의 위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오미크론 변이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긴 시간 아팠고 힘들었다. 오한과 무거워진 머리가 시작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속항원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했지만 '음성'이어서, '하필 이런 때 감기에 걸렸구나' 싶었다.

본격적인 증상은 하루 뒤에 나타났다. 몸살 감기처럼 으슬으슬하더니 목이 간질거리고 마른기침도 간간히 나왔다. 21일 오전 출근을 미루고 구 보건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할 때만 해도 감염 의심은 없었다. 전날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리 양성, 곧바로 PCR 검사를 통보 받았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올 확률이 90% 이상이어서, 그 제서야 감염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날 오후에는 증상이 더 심해졌다. 허리와 무릎을 비롯한 온몸이 근육통에 시달렸고, 두통에 눈 앞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밤이되자 오한이 찾아왔고, 쿡쿡 쑤시는 통증에 온몸의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닷새 정도 이렇게 아팠다.

근육통과 두통을 동반한 심한 몸살을 앓은 듯 했다. 다행히 발열과 기침은 심하지 않았고, 인후통은 미미했다. 하지만, 확진자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오미크론 변이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통화 3시간여 만에 비대면 진료를 받고 전달 받은 처방약.

◆ 오래 기다려 비대면 진료 받아

오미크론 변이가 전신을 휘감은 지 하루 반나절을 집에 남아있던 약으로 버티다가 바닥이 날 때 쯤 비대면 진료를 위해 전화를 걸었다. 확진자 안내 문자에 적힌 비대면 진료 가능 병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연결은 쉽지 않았다. 간신히 통화가 이뤄졌지만,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간호사로 추정되는 상담사에게 증상을 말한 후 처방전 약을 수령할 것인지, 의사의 문진 후 처방받을 것인지 물었다. 재택치료 환자가 워낙 많다 보니 비대면 진료 수요도 급증해 수십 명의 대기자가 있어 당장의 진료는 불가능하며, 3시간 정도 후에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의사에게 자세한 증상을 설명하고 처방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통증을 견디며 3시간을 더 기다려 진료를 받고 일주일치 처방약을 퀵서비스를 통해 받았다. 진료비와 제조비는 무료, 퀵서비스 비용만 이체하면 됐다.

그렇게 재택치료 7일간을 처방약으로 버텨냈고, 오미크론 변이를 온몸으로 체험한 끝에 지난 28일 0시 격리에서 해제됐다.

증상이 약하다는 오미크론 변이도 절대 가볍게 볼 것이 아니었다. 진통제와 해열제를 비롯한 상비약의 절실함을 느꼈다.

◆ 온 가족 확진…미안한 마음 뿐

두명의 어린 자녀가 있는 4인 가족인 취재 기자는 확진 의심이 들 때부터 가족들과의 격리를 고민했다. 네 가족이 격리하면 모두 감염이 될 것은 뻔하지만, 다른 가족들을 친지나 지인들에게 보내는 것도 위험한 생각이었다. 자칫 가족들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4명이 집에서 같이 격리하기로 결심했고, 다른 가족들도 차례 차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물론 첫 이틀은 혼자 방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집사람이 확진되면서 가족들과의 격리가 의미없다고 판단됐다.

기자가 확진 통보 받은 다음 날, 가족은 밀접촉자로 격리돼 PCR 검사를 받았다. 아이들은 음성이었다. 다음날 신속항원검사에서도 음성이었다. 아이들은 아빠의 몸 상태가 나아질 때 쯤 증상이 나타났다. 큰 아들은 두통을 호소했고 작은 아들은 38도를 넘는 고열에 시달렸고, 지난 26일 집으로 찾아온 보건소 직원을 통해 진행된 PCR 검사에서 확진 통보를 받았다.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기자는 격리해제는 됐지만 여전히 몸 상태가 정상이 되지 않고 있지만 아이들은 활기차게 '집콕 생활'을 하고 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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