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 "복원한다며 허무는 것은 문화재 훼손 행위"

입력 2020.06.04. 18:12 선정태 기자
민속문화재 화순 양참사댁 담장
붕괴 예방 위한 복원 방식 논란
화순군이 민속문화재 152호인 도곡면에 있는 양참사댁의 담장을 보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담장을 허물고 다시 쌓는 공사는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양참사댁 담장. 화순군은 이 부분도 허물고 다시 쌓을 예정이다.

"문화재는 가능하면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수리도 필요한 부분만 최소로 해야 한다." vs "그대로 놔두면 담장 전체가 무너진다. 전면적인 보수가 필요하다."

화순군이 국가민속문화재인 도곡면 양참사댁의 담장을 보수하자, 공사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보존 가치가 높은 담장을 허물고 새로 쌓아 올리는 것은 문화재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담장 보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화순군 도곡면 월곡리 달아실 마을에 있는 전통고택인 양참사댁은 국가 민속문화재 152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화순군이 민속문화재 152호인 도곡면에 있는 양참사댁의 담장을 보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담장을 허물고 다시 쌓는 공사는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공사 중인 양참사댁 담장.

지난해 양참사댁 오른쪽 담장 밑부분이 붕괴 조짐을 보이자 화순군이 이를 보수한다며 2.5m 높이의 담장 50여m을 허물고 기존 돌을 활용해 새로 쌓고 있다.

군은 담장 보수를 위해 문화재청에 4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으며 현장 실사 후 8천만원을 승인받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군은 예산을 추가로 신청해 양참사댁 담장 전체를 보수할 계획이다.

논란의 핵심은 전통 한옥 담장을 허물고 다시 쌓는 방식의 공사로 인해 문화재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양참사댁 담장은 전통 한옥 담장 중에서도 가장 멋스러운 담장으로 손꼽히는데, 이를 보존하려는 의지보다는 보수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순군이 민속문화재 152호인 도곡면에 있는 양참사댁의 담장을 보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담장을 허물고 다시 쌓는 공사는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공사 중인 양참사댁 담장.

담을 쌓는 재료도 문제다. 논흙으로 반죽해 수 백년을 버틸 수 있었는데, 황토로 담장을 다시 쌓으면 내구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문화재청의 문화재 전문위원을 역임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양참사댁 담장은 수 백년 동안 큰 문제없이 버텨올 만큼 튼튼하게 지어져 문제가 되는 부분만 최소로 공사하고 원형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문화재는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야 가치가 있는데, 화순군은 문화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다"고 밝혔다.

황 소장은 "전통 담장은 논흙으로 쌓아 황토로 쌓는 담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내구성이 강하다"며 "양참사댁 담장 시공 방법은 현대 기술로 재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황토가 논흙보다 눈·비에 더 약하다"고 강조했다.

화순군이 민속문화재 152호인 도곡면에 있는 양참사댁의 담장을 보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담장을 허물고 다시 쌓는 공사는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양참사댁 담장. 화순군은 이 부분도 허물고 다시 쌓을 예정이다.

그는 "각 지방의 한옥과 담장은 그 지역의 독특한 특색이 있다"며 "전체를 허물고 다시 쌓으면 양참사댁 담장이 가지고 있던 특색도 사라질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황 소장은 "필요한 부분만 공사할 경우 공사비가 적어 입찰하려는 업체가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화순군은 문화재청에서도 전체 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등 면밀한 검토 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화순군 관계자는 "균열이 생긴 곳만 보수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다른 부분을 지탱하는 돌도 갈라지고 있어 담장 한쪽 전체를 허물 수 밖에 없었다"며 "다른 부분도 허물고 다시 쌓을 수 밖에 없어 예산을 추가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를 전문으로 보수하는 기술자들이 공사하고 있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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