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명소·맛 즐기며 청춘남녀 웃음꽃 피워
지난 3일 광주 동구 신양파크호텔 에메랄드홀.
상기된 표정의 청춘남녀 80여 명이 어색한 듯 미소만 짓고 있다. 하지만 여성은 여성끼리, 남성은 남성끼리 앉아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는 설렘과 함께 기대감이 한껏 느껴진다.
이날 80명의 선남선녀는 일명 '달빛오작교' 때문에 이 곳에 모였다.
달빛 어울림 한마당인 '달빛오작교'는 광주와 대구의 교류 사업인 '달빛동맹'을 청춘남녀의 만남으로 확대해 지난해 부터 광주시와 대구시가 함께 추진해 오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처음 개최됐으며 올해는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하고 무등일보와 매일신문이 주최했으며 광주시와 대구시가 후원해 지난 3~4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유스퀘어, 양동시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광주 일대에서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광주 남성 40명이 대구를 방문, 대구 여성 40명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올해는 대구 남성 40명이 광주를 찾아 광주 여성 40명과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일정은 자신의 이름을 활용해 삼행시를 즉석에서 만들어 색 다른 자기소개로 시작됐다.
대구에서 온 김탁필씨는 "김밥을 먹다가도 탁하고 필이 꽂히는 인연을 만나고 싶다"며 재치있게 삼행시를 완성, 달빛 청춘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웃음꽃이 활짝 핀 광주 여성들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민낯이 가장 자신있다"며 매력을 어필하기도 했다.
자기소개로 어색함을 달랜 달빛 청춘들은 남녀 각각 A~E팀으로 나뉘어 봉고차에 몸을 싣고 광주의 5미(味)를 찾아 나섰다.
광주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닭불고기, 오리탕, 떡갈비, 육전, 양동통닭을 맛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닭불고기를 처음 먹은 김민규(35)씨는 "닭갈비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고 왔는데, 그것과는 다르고, 닭을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며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그림1중앙#
이어지는 일정은 '오작교 미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통문화관, 양림동 일대, 유스퀘어, 양동시장 등에서 스태프인 까치와 까마귀에게 미션을 전달받아 이를 수행하며 광주의 볼거리를 함께 즐기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유스퀘어에서 '달빛오작교' 각각의 글자를 찾아 사진을 찍고, 양동시장에서 정해진 액수를 채워 장을 봤다.
여성 참가자들이 "유스퀘어는 광주의 코엑스와 같은 곳으로 국내 최대의 복합 터미널이고 맛집이 즐비하고 광주의 정이 넘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시장"이라고 소개를 하자 남성 참가자들은 "광주를 알아가니 너무 좋다"고 화답했다.
간장게장집에서 전라도 음식의 진수를 맛 본 달빛 청춘남녀들은 호텔에서 열린 디너 행사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달빛오작교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이번 행사를 주관한 광주문화재단 서영진 대표이사는 손가락 하트와 함께 환영의 인사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행사를 후원한 광주시 김집중 정책기획관과 대구시 정풍영 문화체육국장은 축사를 통해 커플 성공으로 결혼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는 각자의 공약을 내걸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 대표는 전통문화관서 혼례를, 정풍영 문화체육국장은 컬러풀 페스티벌서 대규모 결혼식과 대구시장 주례를, 김집중 정책기획관은 금남로 5·18민주광장서 결혼식과 광주·대구 시장의 주례를 약속해 달빛 남녀로 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 가면을 쓴 청춘남녀는 달빛 오작교 파티를 통해 노래 실력을 뽐내며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커플 게임을 통해 매력을 어필했다.
또 신나는 디제잉 공연은 장내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며 선남선녀에 잊지 못할 밤을 선사했다.
부슬부슬 비가 내렸던 둘째날은 광주의 전통 마을을 방문, 고즈넉한 여유와 광주만의 멋을 즐기는 낭만적인 시간이었다.
시골길을 따라 5분 여를 걸어 평촌 도예 공방을 찾은 참가자들은 남녀가 마주 보고 앉아 각자의 개성이 담긴 접시를 만들고 물레 돌리기를 체험했다.
각자 관심을 두고 있던 남성과 여성이 함께 물레를 돌리며 영화 '사랑과 영혼'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해 참가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한 남성 참가자 김모(33)씨는 "용기를 내지 못해 마음에 드는 여성분과 물레 돌리기 체험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광주 근교로 나가지 않아도 도시 내에서 도예 체험을 할 수 있다니 역시 광주는 문화도시답다"고 말했다.#그림2중앙#
이어 청춘남녀들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광주 근교의 담양 지실마을을 찾았다.
시원한 빗줄기를 맞으며 고즈넉한 돌담길을 따라 마음에 드는 이성과 함께 마을을 둘러본 참가자들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실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한 한정식집에 도착한 이들은 홍어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대구에서 온 한승우(26)씨는 "말로만 듣던 홍어를 처음 먹었는데 향이 너무 특이해 아주 혼났다"며 "그런데 광주 여성분들 중에서도 홍어를 못 먹는 분들이 꽤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했다"며 웃어보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1박 2일의 일정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달빛오작교를 통해 성사된 커플은 2쌍. 이들은 새로 완성된 88고속도로를 통해 더욱 가까워진 광주와 대구 만큼 자주 만나 열심히 사랑할 것이라 맹세했다.
짝을 이루지 못한 참가자들도 이틀 동안 마음이 잘 맞았던 이성 뿐만 아니라 동성들끼리 번호를 주고 받으며 또 한번의 만남을 약속했다.
김형태(30)씨는 "달빛오작교를 통해 광주를 처음 방문하게 됐는데 음식이 맛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멋진 곳이 많은 지는 처음 알게 됐다"며 "이곳에서 친해진 참가자들과 각자의 고향을 찾았을 때 가이드를 해주자고 약속하는 등 많은 사람들을 알고 갈 수 있어 뜻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은주(33·여)씨는 "광주에서 나고 자라 생활하다보니 대구 사람들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 친하게 지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경북의 문화까지 알 수 있게 돼 좋았다"며 "주변 친구들에게 달빛오작교에 참가해보라고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 5·18광장서 뭉친 광주시민들 "탄핵안 불성립은 부당···尹 끝까지 용서 안 할 것" 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시민들이 촛불 등을 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비상계엄 선포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윤석열 대통령을 끝까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불성립되자 광주 5·18민주광장은 분노로 가득찼다.광장을 메운 시민들은 더이상 이 땅에 무능한 자들이 권력을 잡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초유의 국정농단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졌던 8년 전처럼 결사 투쟁을 다짐했다.윤 대통령 탄핵안과 김건희 특검법 표결일인 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표결을 한참 앞둔 시간부터 광장은 시민들로 가득 채워졌다.이른 아침부터 내린 비로 인해 추운 날씨였지만 시민들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의 손을 잡고 광장에 모여 촛불과 '헌정유린, 내란수괴 윤석열 퇴진', '민주주의는 빼앗을 수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20대 김소은씨는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자리에 또 서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다. 절망스럽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 부끄럽다. 무조건 국민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다"고 했다.20대 박지훈씨도 "비상계엄이 장난도 아니고 민주당을 경고하기 위해 선포했다는 해명이 정말 기가 막힌다"며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말했다.표결을 20여분 앞두고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안과 김건희 특검법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는 뉴스 속보가 전해지자 광장에는 탄식이 쏟아졌다.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시민들이 촛불 등을 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50대 정종현씨는 "국민의힘이 원망스럽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선거 때는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울분을 토했다.먼저 시작된 김건희 특검법 표결이 부결로 끝난 것을 확인하고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본회의장을 빠져나가자 시민들의 원성이 더욱 높아졌다.곧이어 윤 대통령 탄핵안 제안 설명을 끝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표결에 참석해달라고 호소하자 시민들도 함께 목놓아 소리쳤다. 전광판에 뜬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휴대전화 연락처로 본회의장에 돌아와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집단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 정족수 200명을 채우지 못해 자동 폐기되자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40대 이병준씨는 "말도 안 된다. 표결마저 조직적으로 참석을 안 하니 상당히 화가 난다"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된다. 비상계엄 선포가 잘못됐다고 말하면서 탄핵안 표결에는 찬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에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60대 강찬혁씨도 "명백한 내란 행위를 저지른 윤 대통령을 감싸는 국민의힘은 공당의 자격이 없다.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느냐"며 "광주시민들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 끝까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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