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 기획자 시선 벗어나
아시아 시선서 내부 조명 기대

내년 열리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싱가포르 시각예술가이자 기획자인 호추니엔(Ho Tzu Nyen)이 선임됐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호추니엔을 선임했다고 23일 밝혔다.
재단은 이번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비엔날레의 본질적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차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획자를 물색해왔다. 이같은 맥락에서 호추니엔이 제안한 '예술의 힘과 이를 통한 변화'는 광주비엔날레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됐다.
호추니엔의 선임은 새로운 시선을 전달할 수 있는 점도 주효했다. 그동안 유럽인 기획자의 시선에서 서양 바깥의 문화 등을 해석해왔다면 이번에는 동아시아 기획자의 시선으로 내부의 역사와 문화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또 하나는 기획자가 아닌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담론이라는 점이다. 광주비엔날레가 작가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한 사례는 호추니엔이 최초이다. 2022년 카셀 도큐멘타,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데니시&노르딕 국가관 등 최근 들어 작가의 기획자 활동 사례가 국제적으로 활발해지고, 기확자와는 다른 신선한 시각의 전시 기획이 호평을 받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호추니엔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으로 광주비엔날레에는 2018년, 2021년에 참여했으며 2021년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커미션 작품을 하기도 했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싱가포르 파빌리온, 2014년 상하이비엔날레, 2019년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년 샤르자비엔날레 등에 참여한 바 있으며 올해 무담 룩셈부르크, 지난해 아트선재센터와 도쿄현대미술관, 2023년 싱가포르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그가 제작한 영화는 200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칸 영화제, 201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되는 등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다.
기획자로서는 국립대만미술관이 주최하는 2019년 제7회 아시아미술비엔날레 공동기획자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호추니엔은 지리적 체계 안에서 아시아를 들여다보고 아시아에서 알려지지 않은 미개척 지역과 허술한 경계를 통해 끊임 없는 변화와 생성을 이야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호추니엔 예술감독 선임으로 기후 변화, 예측 불가능한 질병, 후퇴한 민주주의 등 위기에 포위돼 무력해진 개인과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획득하는 데 있어 공동의 예술적 실천과 이를 위한 연대에 주목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추니엔은 "작가가 아닌 예술감독으로서 찾은 광주라는 특별한 도시에서 독특한 모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꿈만 같다"며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0년 동안 나를 사로잡고 성장시킨 에너지, 개성, 관행, 작품, 명제들을 한데 모아 예술적 변화의 실천이 민주화의 변화를 이끈 이 도시와 어떻게 공명하는지 확인하는 자리이다. 하나의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변화의 명제를 만들어내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갑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광주비엔날레가 지닌 국제적 영향력만큼이나 광주의 지역적 맥락은 매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관심사였다"며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에 천착해 온 호추니엔 예술감독의 선임으로 세계에서 그리고 아시아라는 지역적 맥락에서 광주비엔날레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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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수묵비엔날레 존재 이유 확인할 수 있을것" 8월 30일~10월 31일 열리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펼쳐지는 해남의 녹우당. "이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수묵비엔날레를 왜 전남이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해가 될 것입니다."22일 만난 윤재갑 2025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감독은 이번 비엔날레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올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오는 8월30일부터 10월31일까지 2개월 동안 목포와 진도, 해남에서 '문명의 이웃들(Somewhere over the yellow sea)'를 주제로 열린다.이번 주제에 대해 윤 총감독은 수묵화를 대륙이 아닌 해상문명권을 중심으로 들여다 보며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등으로 수묵을 확장해 살펴보기 위함이라고 전했다.그는 "대륙 중심으로 가면 중국 중심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있어 해상문명권으로 넓게 보며 아시아 등지로 시선을 확장하려 한다"며 "특히 서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수묵은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해왔는지를 짚어보려고 한다. '전통의 혁신' '재료의 확장'이 이번 행사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말했다.이어 이번 행사는 200개가 넘는 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려야 하는지를 볼 수 있는 자리라고 강조했다.윤 감독은 "200개가 넘는 비엔날레 중 수묵비엔날레는 세계적으로 2개뿐이다"며 "중국 심천의 수묵비엔날레가 그 첫 번째로 짧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가 통제로 인해 수묵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선보일 수 없는 행사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남의 국제수묵비엔날레는 아시아의 시각에서 미학을 논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다"고 이야기했다.특히 수묵비엔날레가 왜 '전남'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임을 이번 전시 장소와 연계해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목포와 해남, 진도에서 각각 2곳에 전시장을 둔다. 목포문화예술회관과 목포실내체육관, 진도남도전통미술관, 진도소전미술관, 해남고산윤선도박물관(녹우당), 해남땅끝순례문학관. 이 중 진도와 해남에서는 전남이 예향으로 불리게 된 까닭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공재 윤두서 '자화상'해남은 윤선도-윤두서로 이어지는 녹우당 일가를 중심으로 전시가 펼쳐진다.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은 한국회화사의 3대 작품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녹우당의 화첩은 남종화의 맥을 이어온 허씨 집안을 대표하는 진도 운림산방을 만든 소치 허련이 그림을 배운 바탕이 됐다. 이같은 지역성을 바탕으로 해남과 진도에서 펼쳐지는 전시는 '예향 전남'을 압축해 설명하는 장이 된다.진도의 소전미술관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앞서 언급된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과 함께 3대 작품을 이루는 추사의 '세한도', 겸재의 '인왕제색도'를 자신의 컬렉션으로 두고 있었던 소전 손재형의 서예 작품과 추사 김정희, 흥선대원군으로 알려진 석파 이하응, 철농 이기우, 학정 이돈흥, 목인 전종주 등의 작품을 통해 서예의 아름다움을 펼쳐낸다.윤 감독은 "해남과 진도 전시를 꼭 추천하는 이유가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했던 녹우당 가문과 소전에 대해 우리가 재발견하고 전남이 왜 예향인지 알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목포에서는 수묵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존의 수묵 문법을 극복한 작품들이 대거 선보여진다.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는 팀랩의 '블랙 웨이브(Black Wave)'가 설치돼 젊은 층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김은영 전남문화재단 대표는 "올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국제적 규모의 행사임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한국 작가로는 작고 작가부터 1995년 생의 젊은 작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해외 작가 또한 낯선 화면에서 느끼는 수묵과 수묵에서 느끼는 낯설음을 목격할 수 있는 작품들로 채워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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