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이트와 광주 예술가가 이야기하는 '집'

입력 2024.10.29. 17:21 김혜진 기자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캐나다파빌리온 12월 1일까지
14회 파빌리온 인연으로 교류
지역 작가 북극 리서치 함께
현지 예술가와 협업 등 작업
양림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 사진은 이누이트 예술가들의 작품.

캐나다 최북단 킨가이트의 이누이트와 대한민국 광주의 예술가들이 손을 잡고 '집'에 대한 해석을 시각적으로 풀어놓은 캐나다 파빌리온이 눈길을 모은다. 특히 이들의 협업은 지난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을 계기로 이어져 온 것으로 그 의미를 더한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9월 막을 연 가운데 함께 개막한 캐나다파빌리온이 오는 12월 1일까지 양림미술관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이번 파빌리온 전시는 지난해 캐나다파빌리온으로 인연을 맺고 국내에 처음으로 이누이트의 예술 세계를 펼쳐낸 이강하미술관의 이선 학예실장과 이누이트 예술 커뮤니티 디렉터인 윌리엄 허프먼이 다시 한 번 공동으로 기획한 자리다. 지난 14회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과 두 지역은 파빌리온 종료 이후에도 끊임 없이 교류를 이어나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과 올 6월 이 실장과 지역 예술가 김설아, 이조흠, 주세웅 등은 킨가이트를 방문해 이누이트의 삶과 예술, 환경 등을 리서치하고 이를 토대로 재해석하거나 이누이트 예술가와 협업해 작품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나온 키워드는 '집'이다. 오래 전부터 이누이트 예술가들은 캐나다 북극이라는 독특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거주지와 작업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해왔고 지역 작가들은 이에 주목했고 이에 대한 결과물이 이번 캐나다 파빌리온에서 펼쳐지고 있다.

설치 작품 '이주하는 몸, 정주하는 영혼'을 선보인 김설아 작가는 "아주 작은 따개비에 주목해 여기에 깃든 영혼을 생각해봤다"며 "자기가 살 만한 곳으로 이주하는 인생과 그리고 영혼에 대해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림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 사진은 김설아 작가의 작품.

댄서인 주세웅 작가는 이누이트 전통 춤인 드럼댄스 장인과 협업한 퍼포먼스 영상을 제작했다.

그는 "이누이트 역시 '우리의 땅'을 빼앗긴 역사를 가졌다. 우리와 어느정도 공통된 아픔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며 "드럼댄싱이라는 이누이트의 전통춤을 보며 이상하게도 눈물이 났다. 꼭 함께 추고 싶었다. 영혼과 교감하는 하나의 의식과 같은 춤인데 이를 함께 추며 맨 발로 딛고 선 이 땅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땅과 우리의 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조흠 작가는 북극곰 조각 등을 통해 몸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가는 "집이라는 것은 고향이라는 의미로 확장할 수 있는데 이는 내가 물려 받은 것이지만 그곳을 떠날 수도 있고 개척해나갈 수도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누이트 예술 중에서는 조각이 굉장히 유명하기도 한데 이들이 곰을 조각할 때 꼭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위가 있다. 코를 중심으로 귀와 눈을 이루는 비례 등인데 그 비례는 설명할 수 없이 그들이 가진 미감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들이 곰을 조각할 때 무엇을 믿고 또 무엇을 믿고 싶은 지에 대해 똑같이 조각하며 생각해봤다"고 떠올렸다.

캐나다 파빌리온에는 이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킨가이트 이누이트 대표 예술가 6명의 드로잉도 이누이트의 집처럼 변신한 양림미술관 벽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들의 드로잉은 액자 속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지만 디지털로 렌더링해 공간을 감싸는 대형 벽화로 변신, 이누이트의 혼을 불어넣고 있다.

양림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 사진은 이조흠 작가와 주세웅 작가의 영상 작품.

이번 캐나다파빌리온을 공동기획한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과 윌리엄 허프만 웨스트 바핀 코어퍼레이티브 디렉터는 "이번 캐나다 파빌리온은 현대미술의 시각예술이 지닌 통합의 힘으로 광활한 거리를 연결한 결과이기도 하다"며 "낯선 장소가 예술 창작이라는 공통의 어휘를 통해 친숙해졌다. 이번 협업 전시의 기초가 된 공통의 호기심은 한국이나 캐나다, 광주와 킨가이트 등 다양한 장소에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한편 캐나다 파빌리온에서는 김설아 작가가 만든 고무판에 종이를 덧대고 프로타쥬 작업을 할 수 있는 '영혼의 집 찾기' 교육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며 전문 문화해설사가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상시 제공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