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 고요한 긴장' 주제 아래
오늘날 연대·저항·정의로 확장
이상향서 나아가 태도되자 제안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까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국의 현대미술과 화두를 보여주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역대 최다 파빌리온이 도심 전역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올해 처음 선보이는 광주파빌리온은 전세계 미술계 인사와 관람객에게 무등의 가치를 소개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파빌리온이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3, 4, 6관에서 열린다.
광주파빌리온 참여 작가는 김신윤주, 김웅현, 나현, 송필용, 안희정, 양지은, 오종태, 윤준영, 이강하, 이세현, 임수범, 장종완, 장한나, 정현준, 조정태, 최종운, 하승완, 함양아 등 총 18명으로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신작을 포함한 50여점의 작품이 관객들을 만난다. 또 시각예술가 뿐만 아니라 문화기획자, 연구자, 미디어 등이 협력했다.
주제는 '무등: 고요한 긴장'. 광주의 지역성과 지난 시간을 '무등'으로 대변하며 그 가치를 조명한다. 전시의 화두인 '무등(無等, equity)'은 광주의 물리적·문화적·정신적 근간으로 차등의 전제가 존재하지 않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존재다.
광주파빌리온은 이러한 무등의 의미가 이상향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천을 이끌어 내는 태도가 돼야한다고 제안한다. '무등'이라는 개념이 오늘날의 수많은 가치관이 마주하고 교차하는 가운데서도 개인과 공동체 사이를 잇는 사고방식의 근간으로 해석했기 때문. 다시 말해 광주파빌리온은 '무등'이 불평등과 이기심이 만연한 사회 속 소외된 것들을 들여다보고, 그들과 함께 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향할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는 '혁신적 연대' '창의적 저항' '지속 가능한 정의'를 핵심키워드로 꾸려졌다.
'혁신적 연대'는 무등이 품고 있는 의미 중 어떠한 위계도 없이 다양한 존재들이 서로 지지하며 형성하는 연대의 실체에 주목한다. 연구자, 언론인, 문화기획자, 작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과 광주정신이 오늘날 제시할 수 있는 가치와 의미의 다양성에 대해 들여다본다.
'창의적 저항'은 무등의 정신이 불합리한 기준과 장벽에 대항하는 힘을 어떻게 담고 있는지 묻는다. 참여 작가와 작품은 세대나 시기,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주변에 존재하는 고정관념과 부조리에 반발한다. 이들은 5월 광주와 그 이후 축적된 시민의 저항 정신을 시각화한다.
'지속 가능한 정의'는 무등의 화두를 전 인류가 마주한 문제로 확장한다. 현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 위기, 경제 불균형, 기술 오남용, 전쟁과 에너지 고갈 등을 보여주며 인류의 왜곡된 태도를 다시 살펴보도록 한다.
안미희 광주파빌리온 감독은 "이번 광주파빌리온은 광주의 5월을 경험한 세대 뿐만 아니라 그 바깥에 존재하는 세대, 지역 공동체 등과 연대할 수 있는 공통의 화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나아가 무등의 정신이 한 지역, 시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동시대를 관통할 수 있음을 주지한다"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보는 것 만큼 듣는 것 중요해"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니콜라부리오 예술감독이 6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린 '광주비엔날레 국내외 기자 초청 설명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모두의 울림'은 오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86일간 광주 전역에서 열린다. 2024.09.06. hyein0342@newsis.com "보통 전시는 다른 작품의 소리와 중첩되지 않도록 공간을 설정하거나 제한하는데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모든 소리가 중첩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관객들이 보는 것도 해야하지만 들어야하는 전시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오페라'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지난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이번 광주비엔날레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부딪침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 등 총 3개의 소주제와 외부 전시 '양림-소리의 숲'으로 전시를 구성했다.'부딪침 소리'는 지구가 포화되며 모든 존재가 가까워 즉각적인 전염과 반향이 일어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겹침 소리'는 다양한 존재가 어우러져 사는 지구라는 공간을, '처음 소리'는 시공간을 넘어서거나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와의 소통과 그에 따라 영향을 받는 공간을 이야기한다.니콜라 부리오는 공간에 주목하게 된 계기로 팬데믹을 꼽았다. 그는 "팬데믹 때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했다. 사람 간의 사이를, 공공의 공간을 말이다"며 "공간은 여러분의 집 크기뿐만 아니라 도시가 조성되는 방식, 사교적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점유할 수 있는 허용성을 얼마나 되는지, 여성이나 동성애자, 이주민에게 허용되는 사회적 장소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공간을 정의하는 것이 예술에 있어 왜 중요한가 하면 기후 변화를 꼽겠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굉장히 크게 바꾸지만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기에 예술가들이 많은 방식으로 이를 나타낼 수 있다"며 "참여 작가 72명은 이것을 똑바로 인식하고 있고 각 작가들은 구체적으로 공간을 탐색하고 탐구하는 저마다 다른 양식을 작품에 담아냈다"고 덧붙였다.특히 그는 이번 전시에 소리가 존재하며 각각의 전시관은 각각의 시퀀스가 되어 하나의 영화를 완성한다고 강조했다.니콜라 부리오는 "이번 전시에는 일반적으로 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많을 것이다. 특히 소리가 전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며 "일반적으로는 큐레이터들이 작품의 소리가 중첩되지 않도록하지만 우리는 모든 사운드가 중첩된다. 이미지와 소리는 모두 진동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관객들의 신체가 모든 진동을 받아들이는 수신기라고 생각하길 바라며 첫 층부터 전시에 들어가는 순간 특별한 소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소개했다.30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대해서 박양우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비엔날레 본질에 충실한 비엔날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박 대표는 "이번 주제는 마당 같은 공공의 장소, 열린 장소에서 발생하는 세상의 모든 소리와 주인공이 아닌 타자의 소리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광주비엔날레의 지향점과 일치한다"며 "비엔날레의 존재 이유는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번 참여 작가의 절반 가량이 신작을 제작, 주제에 걸맞게 소리, 공간에 맞는 다양한 관점의 작품을 선사한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창설 30주년을 맞이하는데 그동안 광주비엔날레는 비엔날레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동시대 담론을 이끌어 왔다"며 "재단은 앞으로도 아시아 최대, 최고의 비엔날레는 물론 세계 비엔날레사와 미술사를 선도하며 한 획을 긋은 비엔날레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한편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12월1일까지 이어진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 · 판소리처럼··· 변방의 목소리 담다
- ·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공간 주목해볼까
- · 광주비엔날레 7일 개막···86일간 대장정
- · 30년 광주비엔날레, 그 안의 이야기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