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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발에 文 대통령 '종전선언' 시험대 올라

입력 2021.09.28. 13:07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北, 2주 간격 잇딴 미사일 발사…한반도 긴장감 고조

NSC 상임위 "한반도 정세 긴요…北 미사일 유감 표명"

이중잣대 선결 조건 내건 北…文대통령 신뢰 회복 고민

文 "北 담화-미사일 발사 종합 분석…대응안 마련" 지시

전문가 "北, 안보 우려 불식 중요…연합훈련 중단 설득"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9.28.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관계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북한이 잇딴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한반도 내 긴장 수위는 점점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의 선결 조건으로 남측의 '이중잣대'에 대한 철회를 분명히 밝히면서 문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남북 간 진행되고 있는 군비경쟁과는 별개로 대화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8일 오전 6시40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지난 15일 철도를 이용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 시험발사 13일 만에 추가 군사행동에 나선 것이다. 북한의 군사행동은 지난 1월 두 차례 순항미사일 발사와 9월11~12일에 이뤄진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를 포함하면 올해 6번째 무력시위다.

이에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8시부터 75분 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원인철 합참의장으로부터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의 제원 분석과 발사 상황, 발사 의도를 분석했다.

NSC 상임위는 한반도의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루어진 상황 속에서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 실장으로부터 NSC 상임위 결과를 보고 받고 "최근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이며 면밀히 분석하여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라고 지시한 것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 잇딴 담화를 의미한다.

[서울=뉴시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6일 국가위기관리센터 열린 국가위기평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7.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 부부장은 지난 24일과 25일 이틀 연속 담화를 내고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관한 반응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유엔연설 전에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것이 '이중잣대'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한 철회를 선결조건으로 종전선언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24일 담화에서 "자기들이 자행하는 행동의 당위성과 정당성은 미화하고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행사들은 한사코 걸고들며 매도하려드는 이중적이며 비론리적인 편견과 악습, 적대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며 "이러한 선결조건이 마련되여야 서로 마주앉아 의의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담화에서는 "우리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북남 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번 명백히 말하지만 이중기준은 우리가 절대로 넘어가 줄 수 없다"며 "자기들의 군비증강활동은 '대북억제력확보'로 미화하는 미국, 남조선식 대조선 이중기준은 비론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로골적인 무시이고 도전"이라고 비판했었다.

김 부부부장이 문제 삼은 '이중기준'은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성공 발사 직전에 이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것을 일컫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오늘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했는데, 그런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해서 우리 SLBM이 아주 효과적인 억지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개석상에서 도발로 규정한 것은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처음이었다. 우리 군의 세계 7번째 SLBM 성공 발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뉴시스]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지켜본 김 부부장이 일주일 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4·27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거듭 제안하자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실명 담화로 문 대통령의 논리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문 대통령은 '도발'이라는 표현을 자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귀국길에 이뤄진 기내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게 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고, 향후 남북 대화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북한 미사일 발사를 가리켜 '도발'이라는 표현은 한 차례도 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김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김 부부장이 '이중기준' 철회를 종전선언 논의의 선결 조건으로 분명히 밝힌 만큼 꼬여버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해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일시 중단과 같은 방안을 추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미연합군사훈련 일시 중단 카드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낸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2번의 북미 정상회담이라든지 성과가 있었지만 그 성과에서 멈춰있는 상태"라며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혹시 남북 간의 관계 개선의 하나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될지 모르겠다"고 베이징올림픽을 활용한 남북관계 개선 노력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서울=AP/뉴시스】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03.02.

비록 잘못 전달된 메시지로 인해 발생한 남북 간 오해를 풀고, 종전선언에 관한 건설절인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해 대북전단 살포 위기 국면에서 확인했듯, 남측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것들을 과감한 행동으로 선제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우선 북측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북한 사회가 갖고 있는 안보 우려를 스스로 불식시킬 수 있도록 실천적 노력을 간접적으로 확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내년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위한 대미 설득 작업을 진정성 있게 보인다면 북한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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