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며 찍은 민주당, 부메랑된 '오만함'

입력 2024.03.12. 07:45 이삼섭 기자
■광주·전남 정치력 실종, 유권자 책임 없나
비명청산 명목 ‘호남계’ 숙청…인물 싹 잘라
‘공천장=당선’ 구조 선거마다 ‘줄세우기’ 자초
옥석 가리기보다 중앙 이슈 매몰로 악순환
피해는 지역에 고스란히…“전략적 투표 중요"

더불어민주당이 텃밭인 광주·전남 공천을 두고 특정계파 후보의 유불리에 따라 경선 구도와 방식을 각기 달리 적용해 시스템 공천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오만함이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민주당의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호남 출신 중진들과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힘 있는 정치인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수도권 정당으로 재편된 민주당의 사실상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우려까지 나온다.

야권 심장부인 호남에서조차 원칙과 형평성을 상실한 채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는 결국 '파란마크만 달고 나오면 찍어주는' 광주·전남 유권자들이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역 유권자들의 수십년간 지고지순한 애정은 오히려 민주당이 호남을 '주머니 속 공깃돌'로 여기게 했고, 현재의 공천놀이와 호남 식민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최근 마무리에 접어든 민주당 공천 결과를 보면, 당 원로들조차 비판할 정도로 상식을 벗어났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공천 잡음은 역대 어느 선거마다 있었지만, 이번 만큼 사당화 논란이 거센 적이 없었다. 밀실 회의와 비선 개입 의혹, 친명계 의원 단수공천, 비명계 의원 컷오프, 정체불명 여론조사 등과 맞물려 노골적인 비명계 공천학살 양상이 나타났다. 광주·전남 공천도 다르지 않다. 뚜렷한 원칙과 기준이 없이 숱한 논란을 일으키며 지역 유권자를 기만하는 모습이 자행됐다.

예비후보들도 '인물 경쟁력'은 뒷전으로 한 채 노골적인 당대표 줄서기에 여념 없는 행태를 보였다. '이재명' 이름 석자가 들어간 직함을 사용하거나 함께 찍은 사진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며 정책과 비전을 내팽개쳤다.

이같이 지역 정치판이 난장판이 된 데는 결국 지역 유권자가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 공천=당선' 속에서 예비후보들이 유력 인물에 줄 서는 행태는 하루이틀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지역 현안을 해결해 줄 경쟁력있는 인물이나 중앙무대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지역 정치인을 만들어주려는 노력은 하지도 않은 채, '민주당 독점 체제'가 이어지도록 하는 투표 행위를 하면서 민주주의 기본인 '견제' 기능이 발휘되지 못하게 했다는 비판이 강하다.

경선 과정에서도 지역을 대변할 정치인에 대한 '옥석 가리기'보다는 중앙 이슈에 따라 휘둘렸다. 실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대한 몰표로 중진급 정치인들이 전멸하고 대부분 초선으로 채워지면서 이른바 '호남정치'의 맥이 끊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22대 총선 경선 과정에서도 광주의 경우 현재까지 친명인 민형배 의원을 제외하고 현역 의원들 모두 떨어지며 다시 '초선판'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선수'가 중요한 국회에서 초선들은 상임위원장은커녕, 상임위원회 간사 자리 하나 얻지 못한다.

지역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광주시장부터 재선을 허락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놨고, 국회의원들도 중앙에서 일정한 활동을 했던 인물들에게 (의석을) 나눠 주며 초선으로 끝내는 구조가 됐다"면서 "이번 민주당 공천도 비명계 상당수가 호남인데, 민주당 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호남계를 비명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숙청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도부에게 광주·전남 의원들은 뭔가 하려고 하면 안되고, 우리에 잘 보이면 나눠주는 곳으로 됐다"며 "호남은 호주머니 속의 공깃돌인 것이다"고 지적했다.

인물도 키워내지 못하면서 표만 가져다주는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되면서 그 피해는 지역에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유권자들의 전략적이고 현명한 투표가 필요한 이유다.

또다른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을 선택하기엔 리스크가 크고, 제3지대를 지지하기엔 변동성이 큰 만큼 미워도 다시 한 번 민주당을 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더욱이 국민의힘과 제3지대에서 경쟁력 있고 능력 있는 후보를 내지 않는 것도 호남 유권자들의 표심을 고립되게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하지만 현재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민주당 출신의 제3당들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의 오만함이 계속된다면 부동층 표심 이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 유권자들도 민주당 탓만 하지 말고, 당 보다는 인물과 정책 위주의 선택을 보여줘 민주당에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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