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판화작부터 신작 한 자리에
아크릴·오일파스텔 활용 회화에
실크스크린 기법 접목해 '눈길'
상상력 자극하는 영상 작품도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하다. 행복한 장면들이, 미소 짓는 시간들이 점점이 이어지는 동화다. 따스하고 밝은 색채로 가득하고, 각자의 시간에 몰두하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웃고 있다. 달콤한 과일을 먹으면서, 무거운 수박을 옮기면서, 보리수 나무 위를 오르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와 놀아주면서….
이 동화는 예술공간 집에서 열리고 있는 정승원 작가 기획초대전 ‘우리가 사랑한 날들(The Days We loved)’이다.
그동안 일상 속에서 만나는 행복한 순간들을 화면에 담아오는 작업을 해온 정 작가는 실크스크린 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실크스크린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를 선사한 첫 판화작품부터 귀국해 선보인 작품 ‘양동시장’, 그리고 회화를 중심으로 한 신작들로 채워졌다. 그의 작업 일대기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

그가 판화작업에 천착하게 한 첫 판화작품 ‘스톡홀름(Stockholm)’은 독일 유학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헤어짐을 기념하기 위해 떠난 스톡홀름 여행이 바탕이 됐다. 여행 중 일어난 일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담아냈는데,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작품이었다. 친구들은 큰 호응을 보냈고 이후 2017년 독일에서 가진 개인전에서 다시 한 번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자 정 작가는 실크스크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이 작품 옆으로 걸린 작품 ‘양동시장’은 그가 귀국한 2018년에 작업한 것으로 양동시장을 방문한 작가가 시장 구석구석의 재미난 풍경들에 매료돼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아쿠아리움’‘놀이터’ ‘벼룩시장’ 시리즈 등을 통해 작가는 일상 속 풍경을 행복하고 따스하게, 또 특별하게 담아냈다.

올해 선보이는 신작은 ‘정원’시리즈이다. 가로 길이 3m가 넘는 이 시리즈의 메인 작품은 작가가 친하게 지내는 지역 작가들의 가족들과 정원에서 보낸 시간을 담아냈다. 파생된 각각의 작품 또한 모두 자연 속, 행복으로 충만한 모습들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신작들은 회화를 중심으로 제작됐다. 아크릴과 오일파스텔을 사용해 발랄한, 또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전한다. 여기엔 실크스크린 기법이 더해져 선명하면서도 간결한 정 작가만의 작업으로 완성됐다. 영상 매체를 활용한 작품 또한 즐거운 상상력을 더한다.
문희영 예술공간 집 대표는 “정승원 작가가 지금까지 판화의 확장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전시는 주제를 더욱 뚜렷하게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매체나 기법 시도를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며 “정 작가의 작품은 지금의 우리를 만든 소중한 순간 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우리 삶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만큼 많은 분들이 전시에서 소중한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5일까지.

한편 정승원은 독일 브레멘국립예술대학교에서 통합디자인을 전공했다. 독일, 서울, 광주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고 1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지난해 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청, 프랑스 파리 세르누치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등에서 소장돼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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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피해 ACC로···평일에도 이어진 ‘문화피서’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6관에서 진행 중인 ‘자밀 프라이즈:무빙 이미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
“방학이라 아이들이랑 어디라도 가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덥잖아요. ACC는 시원하고 볼거리도 많아서 오늘은 여기로 피서 왔어요.”폭염이 이어진 14일 오후 찾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전당 곳곳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이른바 ‘문화피서’ 행렬이었다. 전당 A·B 주차장은 만차 안내가 표시될 정도로 차량이 몰렸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책을 읽거나 전시를 둘러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아이 손을 잡은 부모들은 어린이문화원으로 향했고, 전시장 안내도를 들여다보던 관람객들은 복합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비 한쪽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시민들도 보였다. 바깥의 뜨거운 햇볕과는 달리 시원한 실내에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문화정보원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펼쳐 공부하는 학생들과 자료를 찾는 이용객들이 자리를 잡았고, 라운지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책을 읽고, 다른 곳에서는 잠시 대화를 나누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상품점 ‘들락’에서 굿즈를 살펴보고 있다.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분위기는 더욱 분주했다.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교류특별전 ‘자밀 프라이즈: 무빙 이미지’에는 영상과 설치, 사운드, VR 등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는 시민들이 이어졌다. 이슬람 문화와 역사, 사회에서 영감을 받은 동시대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멈춰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거나 전시장 곳곳을 천천히 이동하며 작품을 살폈다.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스모·아시아·피플’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위기의 지구와 인간, 아시아의 상상력을 바라보는 전시다.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무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서는 더위를 피하는 것과 함께 전시를 통해 새로운 생각거리를 찾는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복합전시 2관의 ‘아시아의 장치들’에서는 영상과 비디오아트를 통해 아시아의 역사와 기억, 공동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시선을 고정한 관람객부터 전시장 구조물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관람객까지 다양한 모습이 잇따랐다.어린이문화원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특히 붐볐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다목적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나도 국가대표’에 참여해 펜싱 체험을 하고 있다.17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 나도 국가대표!’가 열리는 다목적홀에서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특히 분주했다. 리듬체조와 펜싱, 스내그골프, 플로어컬링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를 직접 체험하며 아이들은 연신 몸을 움직였다.펜싱 체험에 나선 한 어린이는 “엄마, 나 펜싱에 재능 있는 것 같아”라며 보호자를 향해 손짓하며 웃는 모습도 보였다. 보호자들은 아이가 스포츠 체험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사진을 촬영했다. 폭염 때문에 밖에서 뛰어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실내 체험공간이 또 하나의 놀이터가 된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어린이체험관에서 진행 중인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를 관람하고 있다.어린이체험관의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바다와 갯벌, 습지와 호수, 숲과 사막 등 아시아의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 공간을 따라 아이들이 직접 움직이고 체험하며 자연과 생태의 의미를 배웠다.이날 딸과 함께 ACC를 찾은 시민 정하영(38·여)씨는 “요즘은 너무 더워서 아이와 야외에서 오래 놀기가 쉽지 않은데, ACC는 시원한 공간에서 전시도 보고 체험도 할 수 있어 좋다”며 “방학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글·사진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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