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논리적이고 형체없는 존재일까

입력 2025.03.13. 16:05 김혜진 기자
G.MAP 양숙현 개인전 '사변적 물질들' 6월15일까지
동시대 기술의 우연성 시각화
인간 신체 결합한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 달리 바라보게 해
GMAP은 13일부터 6월15일까지 양숙현 개인전 '사변적 물질들'을 연다. 사진은 양숙현 작가의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 김혜진기자 hj@mdilbo.com

지난 12일 찾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열린 양숙현 개인전 '사변적 물질들' 전시장. 커다란 모니터가 전시장 곳곳을 채우고 있어서인지 벽면에 걸린 평면 작품이 유달리 눈에 띈다. 작품에는 보석으로 다듬어지기 전의 원석 같기도 하고, 어떤 결정체 같기도 한 9개 물체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 작품명은 '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것들'. 이 작품은 생성형 AI(텍스트나 이미지 등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를 통해 만든 것으로 같은 명령값에도 각기 다른 결과물이 도출된 것을 한데 모은 것이다. 이는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산업 혁명 시대를 거쳐 온 영향으로 '기술'하면 보통 기계를 떠올리기 때문에 최근의 기술인 디지털, AI를 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으로 보는 한편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으로 이야기하지만 작가는 꼭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려한다.

앞서 살펴 본 작품은 논리 연산으로 만들어진 동시대 기술에도 우연성은 존재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해한 대로라면 AI는 같은 명령에 같은 값을 내야하지만 서로 다른 값이 나온 것처럼 말이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자 작가의 근작인 'OOX 2.0_지구물질인간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 또한 동시대 기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 발달과 함께 터부시해왔던 비논리적인 개념을 AI에 도입했다.

GMAP은 13일부터 6월15일까지 양숙현 개인전 '사변적 물질들'을 연다. 사진은 양숙현 작가의 'OOX 2.0-지구물질인간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김혜진기자 hj@mdilbo.com

이 작품은 관객참여형 작품으로 관객이 자신이 태어난 해와 월, 일을 입력하면 동양철학에 기반해 이에 어울리는 시(詩)와 영상을 생성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AI 데이터 형성에 있어 누락되는 비영어권, 비서구권의 데이터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전한다.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은 웨어러블 로봇(착용할 수 있는 형태의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이는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로봇을 상상한 결과물로, 인공지능이 로봇에 합성돼 인간의 신체를 공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은 작가가 상상한 웨어러블 로봇 시제품 3가지와 인간의 신체성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법한 로봇의 등장을 담은 영상으로 구성됐다.

비물질이라 생각했던 동시대 기술이, 데이터가 어떻게 신체를 획득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더이상 인간이 인간과만 사는 세계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양숙현 작가김혜진기자 hj@mdilbo.com

양숙현 작가는 "기술을 기계로 이해하는 시대를 지나오다 보니 디지털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적 존재라 생각하지만 이제는 이 기술이 물질로 다가오고 있는 시대이다"며 "이런 시대 속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자리이다. 동시대 기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15일까지.

GMAP은 13일부터 6월15일까지 양숙현 개인전 '사변적 물질들'을 연다. 사진은 양숙현 작가의 '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것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한편 양숙현은 광주 출신으로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석사 학위를, 영상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0년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다빈치 아이디어 1기로 데뷔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리에이터스 인랩,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프로젝트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서울문화재단과 한국과학창의재단, 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 등에서 작가 지원을 받앗으며 아르스일렉트로니카센터, C-LAB 타이페이, 백남준아트센터, ACC 문화창조원, 창원조각비엔날레,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GAS 2017, 다빈치크리에이티브 등에서 전시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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