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초기 민중미술부터
인간 본질 고민하는 신작까지
한 달 꼬박 매달린 복원 작품도

"군부독재로 힘들던 시절 그렸어요. 현실은 이렇게나 아픈데 미술가들은 꽃이나 풍경만 그리고 있는 것이 이질적이었어요. 현실과 상관 없는 것만 그리고 있어도 되는가 고민하다 시대를 이야기하는 그림을 그려야겠다 다짐해 나온 작품이에요. 대학 시절이라 가난했고, 대작을 그리기 위해 양동시장에서 천을 떠다가 재봉틀로 박아 양림교회 지하실에서 몇 달 동안 그렸어요."
한희원 작가는 시립미술관 초대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자신의 작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독히도 춥던 1978년 겨울, 그가 대학 4학년 때 완성한 작품이다. 이태호 교수가 형식을 갖춘 광주전남 최초의 민중미술이라 평한 작품이기도 하다.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40년을 넘게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다. 그 사이 그림은 칼로 그은 흔적이 생기는 등 많이 상했다. 자신의 작품임을 떠나 이 작품의 역사적 의미를 놓칠 수 없었던 한 작가는 올해 직접 복원에 나섰고 한 달 동안 하루 7~8시간을 꼬박 매달려 다시 그림을 살려냈다.

오늘날 '한희원'하면 떠올리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화풍과는 사뭇 다른 작품이기는 하나 문학적 감수성이란 바탕은 지금과 같다. 문학적 감수성은 그의 작업에 있어서 근원적 힘이다. 지금의 서정적 화풍 또한 그렇다. 이번 시립미술관 초대전은 이러한 한희원 작가의 50여년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자리다.
대학교 재학 시절 작업한 초기작품부터 1980년대 목판화와 '아리랑' 시리즈, 서정적 풍경화, 인간 내면에 대한 신작까지를 '민중의 아리랑' '바람의 풍경' '생의 노래' '피안의 시간' 등 총 4개 섹션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민중의 아리랑' 섹션은 조선대 재학시절 작품과 '아리랑 시리즈', 민중 판화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아리랑' 시리즈인 '섬진강 아라리요' '섬진강 이별 노래' 등은 그가 순천여상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그린 것으로 구례 오일장, 순천아랫장, 화개장터 등 장터에서 전시를 열며 민중들과 만난 작품들이다.

"민족적 그림을 그려왔는데 민중과는 상관 없는 유명한 미술관에서만 전시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았죠. 그림을 들고 이들을 찾아가자는 운동을 순천의 동료 작가들과 펼친 것인데 그 시절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어요. 길바닥에 그림을 전시하는 것이라 우리에겐 모험 같은 일이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전시가 열리면 장을 보러온 많은 사람들이 우리 그림을 보고 토론을 벌일 정도였죠."

'바람의 풍경' 섹션에서는 1990년대 이후 제작한 그의 풍경화를 볼 수 있다. 서정적 풍경화와 추상적 풍경화가 어우러진 섹션이다. 그 중 깊은 인상을 남기는'밤'이란 작품은 그가 전공인 유화로 다시 돌아온 그림이지만 민중미술에서 보였던 어둡고 황량한 특징이 나타나는 작품으로 쓸쓸함이 느껴진다. 인사동에서의 첫 개인전을 열 때 선보였던 작품으로 그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생의 노래' 섹션에서는 나무와 꽃을 모티브로 우리의 삶과 생에 대한 갈망과 희망을 은유적으로 노래하는 작품을, '피안의 시간' 섹션에서는 인간의 근원적 존재와 삶의 본질을 주제로 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이 섹션에서는 신작 '생' 시리즈가 처음으로 소개된다.
"민중미술을 하던 시절에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것을 보면 항상 문학적 감수성을 가졌던 것 같아요.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의 작업으로까지 그것이 이어져오고 있죠. 최근 들어서는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것, 본질적인 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어요. 인간의 근원적 문제들을 우리 시대에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는 작품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그런 작업을 해보려합니다."
시립미술관 한희원 초대전 '존재와 시간'은 12월 17일까지 5, 6전시실에서 이어진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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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처럼 변하지 않는 당신의 가치
이명숙 작 ‘행성_별을 헤는 밤’
이명숙 작 ‘행성_꽃바람 1호’
시간이 지나도, 모진 풍파에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돌을 통해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우제길미술관이 이명숙 초대전 ‘STONE TRACE’를 지난 16일 오픈, 내달 17일까지 제1전시실에서 진행한다.이명숙 작가는 사물에 대한 집중적 탐구로 주목 받아 온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 그는 돌의 흔적을 통해 우리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일깨운다. 작가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돌의 특성을 바탕으로 우리 자신도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자그마한 돌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하나의 별이자 소우주인 점을 깨우치며, 우리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그의 작품은 섬유를 염색해 장지에 배접하고 그 위에 황토와 백토, 분채와 석채를 혼합해 완성된다. 마치 돌탑을 쌓듯 하나하나의 과정에 정성을 들여 신중하게 작업한다.김차순 우제길미술관 관장은 “이명숙 작가의 작품은 한 가지의 사물에 몰입해 담백하고 간결하게 묘사함을 통해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사의화로, 현대 회화의 특징 중 하나인 미니멀리즘과도 일맥상통한다”며 “대상에 깊이 들어가 이해하고 대화하듯 표현된 작가의 작품을 보여 우리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명숙 작가는 홍익대 공예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한류미술공모전 수상기획 초대전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KOTRA 한류미술 공모전 은상 등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채색공필화와 수묵화 전담 교수로 활동 중이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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