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동명 영화 원작
대규모 합창·오케스트라 '감동'
지난 공연서 전석 매진 등 찬사
최고 성악가·제작진 의기투합

“어두운 과거를 밝히는 광명(光明) 같은 이번 작품을 1980년 5월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빛의 고을을 지킨 광주시민들에게 바칩니다.”?
지난 28일 만난 이건용 작곡가는 창작 오페라 ‘박하사탕’의 원작자로서 이번 작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오페라 박하사탕은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박하사탕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박하사탕에선 자신의 과거를 바꾸고 싶은 주인공 김영호(설경구 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시간의 역순으로 인간이 타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독특한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 초입에 다가오는 기차 앞에 팔을 펼치고 선 영호의 자살기도 장면은 지금까지 흘러온 시간을 씻어내고 순수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은 그의 절규로, 많은 이들의 뇌리에 여전히 남아 있다.

오페라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들여다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한국 오페라의 새로운 스테디 셀러로 부상하고 있는 광주시립오페라단의 5·18민주화운동 기념 오페라 '박하사탕'의 네 번째 무대가 오는 9월 5~6일 양일간 광주예술의전당 잔디광장 특설무대에서 콘서트 오페라로 펼쳐진다.
오페라 박하사탕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공수부대원으로 투입된 한 남자의 사랑과 파멸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투영한다.
줄거리는 기찻길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남자가 군인이던 1980년 5월 광주에서 한 여성을 쏘며 비극 인생의 갈림길에 접어들게 된다. 계엄군으로 투입돼 민간인을 죽인 죄책감은 그의 인생의 방향성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이처럼 탄탄한 줄거리와 아름다운 음악, 우리말로 이뤄진 가사를 통해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을 노래한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을 원작으로 '남자충동', '미친키스' 등 역작을 통해 대중과 마니아층을 사로잡아온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가 대본을 집필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을 역임한 한국 오페라의 거장 이건용이 작곡을 맡았다. 이건용 작곡가는 "이 작품을 1980년 5월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빛의 고을을 지킨 광주시민들에게 바친다"고 전했다.
2019년 광주에서 시연회를 시작으로 2020년 온라인 이원 중계와 2021년 국립극장 전막 공연을 전석 매진 성료하며 '무비라(무비+오페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 등 공연계의 화두가 돼 한국 오페라의 새로운 미래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공연에선 천안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구모영이 예술감독과 지휘를 맡았으며, 독일 아헨 오페라극장 등에서 활동해온 연출가 이혜영 함께한다.

테너 윤병길(전남대 교수), 소프라노 김현희·김샤론·홍예원, 메조소프라노 김향은·정세라·임지현·안주랜, 바리톤 나건용·최병혁·이하석, 베이스 한혜열 등 명실상부 최고의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사)카메라타전남 오케스트라와 아르티 합창단도 힘을 보탠다.
광주의 기억을 녹인 한국판 '베리스모 오페라'(Verismo Opera, 사실주의 오페라)의 결정체를 대규모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구현해낼 장대한 서사극의 웅장한 감동이 히트를 예고한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나 관객의 편의와 객석 운영을 위해 사전 예매를 진행한다. 좌석은 비지정석이며, 예매는 광주예술의전당과 티켓링크를 통해 가능하다.
피크닉석 또한 별도로 운영될 예정이라 시민들은 돗자리를 지참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야외공연이 불가능한 우천시에는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으로 장소를 변경해 공연이 진행되니 사전에 홈페이지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헌법에 새길 5·18···민주주의 핵심 기준·가치로
김영록 전남지사, 강기정 광주시장이 25일 서울 국회에서 5·18단체, 시민단체 등 참석자들과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 및 개헌 발의를 촉구하는 결의를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가 다시 불붙으면서, 실제 수록이 이뤄질 경우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법 해석과 국가 책임, 정책 방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헌법 전문은 국민의 권리나 국가기관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본문과 달리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헌법 전문을 상징적 기능 중심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장영수 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2019년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과 헌법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9차 개헌 당시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은 것은 구체적인 법적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단 ‘역사적 정통성의 회복’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헌법 전문의 규범적 기능을 강조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같은 학술대회에서 임지봉 서강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헌법 전문은 ‘헌법의 헌법’으로, 헌법규범의 단계적 구조 중 최상위의 근본규범”이라며 “재판규범으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위헌·합헌 판단 근거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즉,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과 일정한 기능을 동시에 갖추는 것으로 이해된다.강승식 법학박사의 논문 ‘헌법전문의 기능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에 따르면, 헌법 전문의 역할은 ▲헌법 가치와 이념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교육적 기능 ▲헌법 제정 배경과 목표를 설명하는 기능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능 ▲헌법 해석과 재판에 활용되는 규범적 기능 등으로 구분된다.특히 규범적 측면에서 헌법 전문은 단순한 해석 지침을 넘어 기본권이나 국가 의무를 도출하는 근거로 활용되거나, 경우에 따라 헌법 개정의 한계를 설정하는 기준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는 실제 판례에서도 확인된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일청구권협정과 관련 국가의 부작위로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됐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2006헌마788)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지금의 정부가 국민에 대해 부담하는 가장 근본적인 보호 의무에 속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며 헌법 전문의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 문구를 근거로 제시했다.이는 헌법 전문에 명시된 역사와 이념이 국가의 구체적인 책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이 논리를 5·18에 적용하면, 헌법 전문 수록은 국가가 5·18을 보호하고 계승해야 할 의무를 보다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된다. 이에 따라 북한군 개입설 등 끊이지 않는 왜곡과 폄훼에 대한 대응 근거를 헌법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아울러 교과서 서술, 국가 기념사업, 기록 보존 등 후속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한 사과나 보상에 그치지 않고 국가가 역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5·18은 이미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국제적으로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사건이다. 여기에 헌법적 지위까지 더해질 경우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통성을 구성하는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결국 헌법 전문 수록은 즉각적인 제도 변화보다 국가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작업에 가깝다. 향후 법과 정책, 사회 인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매우 크다는 평가다.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2001년 대법원은 5·18 당시 광주 시민의 무장 저항을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정당 행위’로 판단하며 국가의 불법 행위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을 인정했다. 12·3 계엄 당시 압도적인 국가 권력에 맞선 시민 저항의 정당성 역시 이러한 판례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것은 이러한 민주주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 “개헌 벽 넘자”···5·18 헌법수록 왜 번번이 좌초됐나
- · “민주주의의 뿌리, 왜 헌법에 없나”···정치권, 5·18 헌법수록 ‘재점화’
- · "문체부 장관, 또 특정 집단 의견만"...5·18 대표성 논란 재점화
- · 임시개방 한 달...옛 전남도청 전시 문제 쏟아져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