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예술 도시로 닮은 꼴 '눈길'
작가 4인 작품 세계·지역 미술
유럽에 알리고 역량 강화 기회로
내년엔 광주 초청전 개최 계획

독일 라이프치히는 독일 내 10대 도시 중 하나이자 1989년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통일의 발원지다. 1982년부터 시민들이 민주와 평화를 열망하며 촛불을 들기 시작한 것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결국 언제까지나 견고할 것 같던 장벽을 무너뜨렸다. 동시에 라이프치히는 예술의 도시이다. 바흐, 멘델스존, 슈만 등 거장들이 활동하며 도시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괴테와 니체, 바그너, 메르켈 등을 배출한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라이프치히 화파가 세대를 이어 활발히 활동하는 등 회화가 강한 도시이기도 하다.
민주와 예술의 도시라는 점에서 광주와 많이 닮은 이 도시. 지난 2011년 광주와 우호도시를 맺은 바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첫 교류가 펼쳐질 예정이라 눈길이 모아진다. 지역 미술을 유럽에 알리고 지역 작가들에게는 이들과 교류하며 또 한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광주-라이프치히 교류전 '광주 아리랑-들꽃에서 바람은 흩어진다'가 내달 6일부터 14일까지 독일 라이프치히의 포템카 컨템포러리 아트(Potemka Contemporary Art)에서 열린다. 전시장인 포템카 컨템포러리 아트는 신 라이프치히 화파 출범과 함께 개관해 국제미술시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갤러리로 최근 한국미술에 관심이 높은 곳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이번 전시에는 지역에서 광주 정신을 갖고 계속해서 작업을 펼쳐온 중진과 지역에 다양성을 더하고 있는 작가들로 구성, 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회화 작업을 하는 홍성민, 허달용과 사진 작가 리일천, 최근 지역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청년작가 김설아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광주미술을, 자신의 세계를 선보임과 동시에 통일 독일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문화적 해법을 무엇인지 다양하게 살펴본다. 또 이들은 라히프치히 뿐만 아니라 독일 내 주요 문화예술기관 등을 방문해 견문을 넓힐 계획이다.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강렬한 표현의 회화가 강한 도시답게 갤러리 측에서 홍성민과 허달용의 작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달 6일 오픈식에는 주독한국문화원장과 라히프치히시 문화정책팀장, 라이프치히미술관 관장, 세계적 레지던시인 스피너라히의 관장, 라히프치히 예술대학 미술과 교수, 현지 한인미술협회 회장과 회원 등 관련 분야의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하기로 해 작가 4인의 작품에 대한 반응이 보다 널리 전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교류전은 광주에서 결과전을 갖는다. 오는 12월15일 소촌아트팩도리에서 12월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광주에 라이프치히 작가들을 초대해 전시를 가질 계획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장경화 기획자는 "과거의 재해석과 현재의 오월을 통해 우리 공동체의 평화와 생명의 미래를 노래하고자 한다"며 "예산상의 한계로 많은 작가들이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독일에 함께 가는 작가 4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교류전을 기획한 ㈔한국문화예술포럼은 지난 2021년 설립, 젊은 미술이론가들과 작가들로 이뤄진 단체다. 지역서 활동하는 예술가, 이론가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지역 사회 문화 발전을 위한 활동을 펼치기 위해 뜻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문화예술로 유라시아를 바라본다'는 주제의 포럼을 운영하기도 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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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예술과 5월 광주의 교차 지점 바라보다
강수지·이하영 작 ‘독버섯’광주의 5월은 ‘너무 견고해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은’ 사회를 ‘보잘 것 없는 줄 알았던’ 목소리가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이자 용기이다. 동시대 예술도 그렇다. ‘완전한 것들’로부터 틈을 발견하고 이를 이야기한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하 G.MAP)은 이러한 예술의 저항정신, 참여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광주의 5월과 동시대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조명하며 오월정신이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임을 보여준다.이번 전시 ‘완전한 것들의 틈’은 G.MAP이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다. 우리 지역 청년 작가팀부터 이란, 우크라이나 등 전쟁의 상흔을 안은 채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120년 서사시’라 볼 수 있는 첫 번째 섹션부터 역사성이 뚜렷한 두 번째 섹션, 동시대 시각이 더욱 드러나는 세 번째 섹션으로 구성됐다.그중 1층에 자리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 ‘민족해방운동사’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민중해방운동사’는 전국의 미술 집단, 대학 미술패가 모인 ‘민족민중미술운동 전국연합 건설준비위원회’가 1989년 3개월 동안 제작한 걸개그림으로 가로 77m의 초대형 작품이다. 동학농민운동부터 5·18민주화운동을 지나 1989년 통일운동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민중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던 장면들을 담았다. 서울, 광주,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전국 순회 전시를 가졌으나 한양대에서 경찰과 백골단에 압수 당한 뒤 소각돼 사라졌다. 이것을 G.MAP이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4개 벽면에서 77m의 초대형 작품이 살아 움직이며 에너지가 극대화된다. 당시의 민중 염원과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도 하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오는 7월 15일까지 갖는다.2층에서 만나는 두 번째 섹션 전시는 ‘남아공의 피카소’로 불리는 윌리엄 켄트리지가 고국의 아파르트헤이트(유색인종 차별정책)를 러시아 소설로 은유하며 비판, 이같은 부조리함이 어디서든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시작된다. 또 양복을 입고 물물 속에서 걷는 인물을 통해 IMF시대 속 ‘숨 쉬기’ 조차 버겁고 무거운 걸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은유하는 이용백의 작품, 지금은 철거되고 사라졌으나 한때는 권력을 상징했던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을 이 건물 건축 도면을 바탕으로 3D 모델링하며 권력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문경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이념 대립으로 인해 민간인이 학살 당한 국군보도연맹이 일어난 광주·전남 지역의 숨겨진 학살지를 찾아나서는 권승찬의 작품, 기억되어야 할 4·3과 10·19, 5·18이 제거해야할 ‘독버섯’처럼 취급되는 사회적 이해관계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강수지·이하영의 작품은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다 우리 시대 이야기를 전하는 세 번째 섹션 전시는 전시공간 자체를 광장처럼 꾸미기 위해 가벽을 최소화했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 절제해 더 많은 의미를 담고자 수화(手話)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장민승의 작품, 아르헨티나 노동운동에 쓰이는 구호를 외치는 연극배우들의 모습을 매우 느리게 만들어 이들이 짓는 찰나의 표정이나 포즈를 통해 한순간의 집회로 보았던 노동운동자들의 연대를 가만히 지켜보게 만드는 가브리엘라 골더의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기념해 ‘민족해방운동사’를 몰입형 미디어아트작품으로 복원했다.대만의 원시 신앙부터 네온사인 등 현대 문명까지를 포착하며 상이한 존재들이 대립하기 보다는 공존하고 있음을 전하는 처지엔취안의 작품, 40여 개의 서로 다른 국가의 말로 쓰인 ‘나’라는 글자가 결국엔 하나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통해 언어와 문화, 국경을 넘어 하나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사하르 호마미의 작품은 우리의 오늘날을 마주할 수 있다.또 우크라이나 작가 올리아 페도로바는 러-우 전쟁으로 인한 상흔을 미처 수확하지 못한 아름다운 해바라기밭을 통해 대비적으로 보여준다. 중간의 짧고 수상한 움직임은 평범했던 풍경이 경계심을 일으키는 일상이 되어버렸음을 암시한다. 거센 강풍에 맞서 숨을 들이 쉬고 내뱉는 퍼포먼스를 담은 그의 또다른 작품은 이같은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그럼에도 맞서 하나의 주체로 끝까지 존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김허경 G.MAP센터장은 “이번 전시는 G.MAP의 첫 5·18 특별기획전으로 오월정신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의 예술가 혹은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피며 오월정신을 예술적 관점에서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지난 7일 오픈해 오는 7월15일까지 펼쳐진다.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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