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는 재난" 적응 아닌 대응할 때

입력 2024.09.10. 08:19 박승환 기자
[일상이 된 이상 기후] <하>온실가스 감축해야
체감 온도 35도 넘은 날 갈수록 증가
습도 원인...온열질환 발생 비율도 높아
전문가 "온실가스 감축 위해 노력해야"

최근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은 '습한 폭염'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의 경우 습도가 높아 타지역보다 폭염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습도의 양은 체감온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가장 더운 도시로 꼽히는 대구보다 광주의 무더위가 더 견디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온만 따져봤을 때는 대구가 더 높지만 광주의 경우 체감온도를 끌어올리는 습도가 높아 온열질환 등 폭염에 더 치명적이다.

10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최근 10년(2014~2023년)간 5월에서 9월 광주에서 체감 온도가 35도를 넘은 날은 총 '105일'로 나타났다. 이는 20년(2004~2013년) 전 '35일'보다 200% 증가한 수치다. 30년(1994~2003년) 전에는 체감 온도가 35도를 넘은 날이 불과 '12일'이었다.

체감 온도는 사람이 실제 느끼는 온도를 말한다. 기상청도 2023년부터 일 최고 체감 온도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일 때 폭염경보를 발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도시하면 떠오르는 대구의 경우 최근 10년간 체감 온도가 35도를 넘은 날이 '83일'로 집계됐다. 20년 전에는 '31일', 30년 전에는 '36일'이었다.

광주가 대구보다 체감 온도 35도 이상으로 올라간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원인은 습도. 체감 온도는 습도가 10% 오를 때마다 1도가량 증가하는데 광주가 대구보다 상대적으로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가 높은 날이 많은 것이다.

실제 평균 기온은 30년 전 광주 '27.2도', 대구 '27.8도', 20년 전 광주 '28.3도', 대구 '28.7도', 10년 전 광주 '28.4도', 대구 '28.8도'로 광주가 대구보다 항상 낮았지만, 평균 습도는 30년 전 광주 '57.6%', 대구 '51.2%', 20년 전 광주 '57.3%', 대구 '49%', 10년 전 광주 '62.5%', 대구 '51%'로 광주가 항상 높았다.

이처럼 습도의 영향으로 광주가 대구보다 체감 온도가 높다 보니 온열질환에도 더욱 취약했다.

최근 6년(2018~2023년)간 광주와 대구의 온열질환자 수는 광주 316명(사망 3명), 대구 301명(4명)으로 광주가 대구보다 전체 인구가 100만명가량 적은 점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온열질환 발생 비율이 월등히 높은 셈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체감 온도가 35도를 넘은 날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체감 온도가 35도를 넘는 날이 10년마다 증가하고 있다"며 "재난의 특징 중 하나는 불평등 현상이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과 쪽방촌 등에서 홀로 사는 취약계층 등에 더욱 가혹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폭염저감시설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도시계획을 할 때 녹지의 비율을 늘리고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한 뒤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철호 광주시 정책보좌관은 "무더위가 갈수록 심해지는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서면 극단의 날씨가 일상화될 거라고 봤는데 지난 2015년 400ppm을 돌파했다"며 "일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것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만큼 더욱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하자고 합의한 이유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주만 노력해서 될 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화석 연료를 적게 사용해야 한다. 도시계획을 할 때 녹지의 비율을 늘리는 쪽으로 구조를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진행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광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교통과 건물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므로 친환경 자동차나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것을 통해 자동차 수요 관리를 반드시 해야 하고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거나 효율을 높여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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