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여름에 무사함을 감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여름은 무서운 그 무언가가 됐기 때문이다. 한여름 도심을 달구는 폭염때문이다. 폭염은 심각한 더위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습도를 반영해 일 최고 체감온도 33℃ 이상이 2일 연속 발생할 경우 폭염경보를 발동한다. 광주(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권 의미)만 보더라도 과거 2010년에는 연간 9일에 불과하던 폭염일수가 2020년대 들어서는 연간 20일~40일로 늘어났다. 특히 광주는 습도가 높은 특성으로 폭염 피해가 유난히 더 크다.
문제는 폭염은 단순한 계절 현상이 아닌 치명적인 사회적 재난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폭염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 뙤약볕 아래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는 물론,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한 고령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간다. 사망자 대부분이 야외 노동자 혹은 고령층에 집중되는 이유다.
그런 가운데 그늘막이 폭염으로부터 건강을 지켜주는 기본적인 복지 시설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여름 아스팔트 지표면 온도가 섭씨 50도를 육박할 때 나무 그늘이나 차양막 아래의 지표 온도는 35~38도로 무려 10~15도 이상 낮아진다. 사람이 체감하는 온도 역시 3~5도 즉각 하강한다. 도심 속 그늘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인명 피해를 막는 생명줄인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광주의 그늘막은 비교적 젊고 활동적인 이들이 많은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반면 ‘보행 약자’이자 신체적으로 약한 고령층이 집중된 지역에는 그늘막이 턱없이 부족하다. 무등일보가 광주 843개 그늘막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유동인구가 많고 대규모 공동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그늘막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반면 단독주택과 빌라, 다세대 주택들이 대다수인 지역은 인구 밀도도 낮은 데다 인도 폭이 좁은 데가 많아 설치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그늘막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는 행정 편의주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계층에게 그늘막이 더 절실한지를 살펴야 한다. 단지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가려주는 파라솔을 넘어선 생명을 지켜주는 ‘복지’라면 말이다. 그늘막뿐만 아니다. 가로수도 건물 차양막도 마찬가지다. 폭염이 재난이 된 시대, 누구나 차별 없이 그늘 밑에서 숨을 쉴 권리가 있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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