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대통령의 두번째 인생

@이윤주 입력 2026.08.10. 14:56

대통령은 그 자리에 오르는 것도 어렵지만, 끝난 후의 삶도 녹록지 않다. 여러모로 영향력이 큰 공적 인물이어서다. 퇴임 후 저서 출간과 강연 등 대중들과 접점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최고의 권력을 내려놓은 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다. 1981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카터는 빈곤층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나섰다. 직접 망치를 들고 벽을 세우며 자원봉사자들과 땀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귀감이 됐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붓을 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지냈고 미국 대통령까지 오른 인물이지만, 퇴임 후에는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종사였던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스카이다이빙을 즐겼다. 75세부터 90세까지 5년 주기로 생일에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뛰어내렸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이들도 있다.

프랑스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갔다. 막대한 연금을 사양하고 퇴역대령보다 적은 연금을 고집한 그는 한 평 크기의 고향 마을 공동묘지에 묻혔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우루과이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은 대통령궁을 노숙인 쉼터로 개방하고 자신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핀란드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타르야 카리나 할로넨은 12년 임기를 마친 후 이웃들과 저잣거리에서 수다를 떠나 소시민으로 복귀했다.

우리에게도 자연인의 삶을 선택한 전직 대통령들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농사꾼이 됐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노 전 대통령은 직접 농사를 짓고, 주민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며 농부의 삶을 살았다.

2022년 5월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귀향을 택했다. 이듬해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평산책방’을 연 문 전 대통령은 매일 책방에서 손님을 맞고 책을 건네는 책방지기가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평범한 일상을 원했던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일부는 멋대로 그들의 삶을 재단하고 평가하며 공격을 일삼았다.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지금도 전직 대통령을 정치적 소비재로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평산책방’이 지난 8일로 개점 1천200일을 맞았다. 그동안 다녀간 이들도 62만8천여명에 이른다. 수익금은 공익사업에 쓰인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이 운영하는 책방에 들러 그가 권하는 책을 사고 담소를 나누는 것이 소소한 일상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의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이제 대한민국에도 전직 대통령들이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윤주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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