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길과 탑(塔)

@최민석 입력 2026.07.08. 14:04

길과 탑(塔)

길(路)은 태초부터 사람과 사람, 물류, 문명을 잇는 고리였다. 길은 땅을 연결하는 육로 뿐 아니라 파도와 물결을 넘는 배를 매개로 한 해로도 있었다. 사람들은 때로 걷거나 말 혹은 수레를 타고 고원과 사막, 산맥을 건너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은 역사와 문명을 만들었고 소통과 개벽의 창구였다. 눈에 보이는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일생도 길에 비유된다. 출생과 성장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온전한 한 인간으로 보내는 시간은 삶이라는 길 위에서 겪는 서사의 연속이다.

역사 속 각 분야의 선구자들은 자신만의 길을 가며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 고구려 유민 출신 당나라 장군 고선지는 751년 파미르고원을 넘어 동서문명 교류의 물꼬를 텄다. 탈라스 전투에서 이슬람 방어군에 잡힌 당나라 포로 중 제지가술자들은 서양에 관련기술을 전파, 서구문명 혁신의 씨앗을 뿌렸다.

12세기 세계정복에 나선 칭기스칸과 몽골족은 동서 국경과 장벽을 허물고 최초의 글로벌 시대를 주도했다. 이때 중국 베이징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이탈리아의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으로 동방을 유럽에 알렸다, 이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메우 디아스와 바스코 다 가마는 희망봉 발견과 인도항로 개척으로 교역과 교류를 가능케 했다.

6세기 신라에 한강 유역을 빼앗긴 백제는 무왕시대 전북 익산에 미륵사와 미륵사지석탑을 세워 중흥과 정토를 꿈꿨다. 신라는 나라의 안녕과 백성 평안을 기원하며 황룡사와 9층 목탑을 건립했다. 7세기 수나라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구려 영양왕은 수도 평양에 전승탑인 경관을 세웠다.

길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등불이었다면 탑은 꿈과 이상을 향한 염원을 담은 사람들의 버팀목이었다.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 탈락이라는 최악의 참사를 겪은 한국 축구는 부실한 준비와 안일함으로 길을 만들지 못했고 팬과 국민들의 바람을 담은 탑을 허물어 버렸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무죄다. 탄탄한 길과 견고한 탑을 만들지 못한 축구협회와 지도자들의 무책임과 무능이 만든 결과다. 길을 닦고 탑을 세우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철저한 준비와 뼈를 깎는 인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최민석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