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장마다. 광주 원도심(제1순환도로 내)은 또 온통 물난리가 일어날 예정이다. 지난해는 비극적인 사망 피해를 내기도 했다. 장마철만 되면 혹은 집중호우가 쏟아지기라도 하면 광주 도심은 온통 물난리다. 도심 전체가 상습 침수 구역이기 때문이다. 물난리를 막겠다고 7천억원을 투입해 광주천 아래 빗물터널을 만들겠다는 대책도 나왔다. 현재도 수백억짜리 저류지 조성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런 사업들이 정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설령 효과가 있더라도 비용 대비 효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광주 원도심에서 도시홍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홍수조절을 할 수 있는 저수지가 사라져서다. 지금은 매립돼 사라져 기억에만 있는 경양방죽이 그것이다. 약 6만평 규모의 경양방죽은 조선시대에 축조됐다고 한다. 무등산에서 여러 지천으로 흘러나온 물들을 가두는 역할을 했다. 정확한 담수량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지만, 최대 200만톤까지도 담수가 가능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가 오기 전에 비워두고 장마철에 비가 오면 물그릇 역할을 한 뒤 다음해까지 농업용수로 사용했다. 유원지 역할을 한 건 덤이다. 그러나 일제시대와 해방 후 도시화 과정(1968)에서 매립됐다.
여기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광주 원도심에 있는 물들이 모두 광주천으로 향하는데 일시적으로 광주천으로 향하니 버텨낼 방법이 없다. 그마저 광주천을 제외한 모든 천을 복개화하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난다. 물이 흘러갈 수도, 가둬질 곳도 없으니 도시홍수는 당연한 결과다. 실제 광주 구도심을 위성사진으로 보면 작은 저수지 하나가 없다.
물길과 물그릇을 가두면서 생긴 또 다른 문제는 수변공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경양방죽은 넓은 호수로서, 지역민에게 유원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양방죽을 메꿀 당시 반대운동의 논거로 홍수조절지 역할은 물론 미래에 수변공간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을 예견했다. 그 예견은 현실이 됐다.
서론이 길었다. 본론은 광주역을 호수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광주역은 이미 기능과 역할을 다한 상태로 호흡기만 붙어져 있는 상태다. 과감하게 폐역하고 호수공원으로 만드는 게 광주 원도심이 사는 길이 아닐까. 그 이유는 우선 저수지로서 역할이다. 현재 광주역 부지의 70%를 호수로 하고 수심을 3~4m로 한다면 최대 담수량은 6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원도심의 도시홍수를 크게 완화해줄 것이다. 빗물터널과 저류지를 수십개를 만드는 것보다 비용적으로도 낫다.
또 하나는 유원지로서 역할이다. 어느 도시를 가나 최고의 주거환경으로 인정 받는 곳은 ‘물세권’이다. 서울의 한강이든, 세종의 호수공원이든, 경기도의 동탄과 광교든 마찬가지다. 이곳을 중심으로 워터프론트와 복합 개발이 이뤄진다. 사람이 몰린다. 자본이 몰리고 재개발이 되면서 최고의 주거 환경과 상업 지역이 된다. 그 도시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이 된다.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관광지가 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광주 원도심이 외면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된 공원도, 수변공간도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후위기 시대에서 폭우보다 무서운 게 폭염이다. 대형 호수는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해준다.
이제 그만 광주역 KTX 진입에 대한 희망고문을 끝내야 한다. 현재로서 광주역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광주역은 경전선 기점이자 달빛내륙철도 경유가 논의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설계 중인 경전선 복선화가 이뤄지면 광주 원도심 낙후의 주범인 철로로 인한 단절이 이어진다. 광주선(광주역~송정역) 도심 통과 구간 지하화는 언감생심이다.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도심 통과 구간 14㎞에 대한 지하화가 논의되고 있지만 1조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문제다. 사업성이 떨어질뿐더러 광주역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는 사이 수백억원을 들여 광주선 신안교 재가설을 추진 중이다.
껍데기뿐인 광주역인가, 아니면 광주 원도심의 새로운 기회가 될 호수공원인가. 꼭 호수공원이 아니더라도 폐역을 통해 광주역과 광주선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아야 한다. 호수공원이든, 광주선 부지를 활용한 트램이든 선형공원이든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다. 주민의 선택에 맡길 공론화가 시급하다. 이 도시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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