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멸공’에서 ‘탱크데이’까지

@이정민 입력 2026.05.20. 16:31
스타벅스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공분을 산 가운데, SNS에 스타벅스 불매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탱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전쟁터에나 있을 법한 군 장비가 시민들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시민들은 그 공포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국민을 짓밟고 침묵시키기 위한 국가폭력의 상징이었다.

그런 탱크를, 그것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마케팅 이벤트 이름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실수’로 넘길 수 없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이 지역사회와 국민들의 거센 분노를 불러온 이유다.

스타벅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공식 사과문을 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광주 시민들과 5·18 유가족들에게 탱크는 단순한 군 장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계엄군의 총칼과 함께 공포와 학살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역사적 상징이다.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애초에 그런 이름은 기획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시민들이 이번 논란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떠올린 인물이 있다. 바로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이다. 그는 과거 SNS에 반복적으로 ‘멸공’이라는 글을 올리며 사회적 논란을 자초했다. 특정 정치 진영의 환호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동시에 대기업 총수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과 품격을 내팽개쳤다는 비판도 컸다. 기업인의 언행은 단순한 개인 의견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가 이끄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조직 문화, 가치관 전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스타벅스 논란은 그 연장선이다. 역사와 사회적 상처에 대한 감수성이 무뎌진 조직 문화, 공적 책임보다 화제성과 자극을 우선하는 기업 풍토가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더구나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 도시다. 5·18은 특정 지역의 아픈 기억이 아니라 오늘의 민주주의를 만든 국가적 역사다. 그런데도 이를 상업적 이벤트 과정에서 가볍게 소비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몰랐다면 무지의 문제이고, 알고도 했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어느 쪽이든 기업으로서는 치명적이다.

만약 이번 논란마저 시간 지나면 잊힐 해프닝 정도로 치부한다면, 스타벅스와 신세계그룹은 앞으로 더 큰 사회적 불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5월 광주의 상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억을 함부로 소비하는 기업 역시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길 바란다.

이정민 취재1본부 차장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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