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신드롬

@이정민 입력 2026.03.08. 16:12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관객이 1000만명을 넘긴 6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왕과 사는 남자’ 광고물이 게시돼 있다. 2026.03.06. hwang@newsis.com

‘신드롬(syndrome)’은 원래 증후군이라는 의학 용어다. 증후군은 공통성 있는 일련의 병적 징후를 나타내는 용어다. 하지만 사회·문화 영역에서의 신드롬은 조금 다르다.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사건이 단순한 인기 수준을 넘어 사회 전반에 파급력을 미치는 현상, 다시 말해 ‘집단적 열광’을 의미한다. 한 작품이 단순히 흥행하는 것과 신드롬이 되는 것은 그래서 다르다.

요즘 한국 영화계에서 그 단어와 가장 가까이 있는 인물은 단연 장항준 감독이다. 그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세운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단순한 ‘흥행 성공’을 넘어선다.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와 감독 개인의 삶을 향한 관심까지 이어지며 그야말로 하나의 문화적 신드롬이 형성되고 있다.

사실 장항준 감독은 오랫동안 ‘천재 감독’보다는 ‘유쾌한 이야기꾼’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방송 예능에서 보여준 특유의 느긋하고 유머러스한 태도, 아내인 김은희 작가와의 일상 에피소드 등은 그를 감독이라기보다 친근한 동네 형 같은 인물로 보이게 했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은 그의 1천만 영화보다도,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더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장항준 감독의 인터뷰와 방송 장면들이 다시 공유되고 있다. 인생을 대하는 그만의 철학, 실패와 성공을 모두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영화라는 작업을 결국 사람과 이야기에 대한 애정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사람들에게 묘한 울림을 준다는 평가다.

어쩌면 지금의 장항준 신드롬은 영화의 완성도나 관객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순간, 장항준 감독이 보여준 삶의 태도가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흥행은 시간이 지나면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신드롬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지금의 장항준 감독의 열풍은 어쩌면 한국 영화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흥행 기록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태도가 만들어낸 ‘문화적 증상’일지도 모른다.

그는 “가장 가난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필자는 그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장항준 감독이 결국 1천만 영화라는 성과를 이뤄낸 것을 봤을 때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힘들고 고된 삶을 살기 보단 그 안에서도 행복을 찾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이정민 취재1본부 차장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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