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다시 열린 교문, 아이들 가방에 담긴 희망의 무게

@한경국 입력 2026.03.03. 16:22
운수초 교실 앞 풍경 모습. 한경국기자

연휴가 지나고 맞이하는 3월의 첫 등교일, 교정에는 다시 생기가 돈다. 겨우내 굳게 닫혀 있던 교문이 열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번지는 순간, 비로소 한 해가 본격적으로 출발했음을 체감한다. 달력은 이미 몇 장이 넘어갔지만, 학교의 개학은 또 하나의 ‘진짜 새해’다. 멈춰 있던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정적이었던 복도가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로 채워지며 교실 창가에 내려앉은 햇살도 어딘지 더 또렷해 보인다.

개학은 방학의 끝이라는 단순한 시간적 구분을 넘어선다. 그것은 익숙함을 뒤로하고 낯섦 속으로 한 걸음 내딛는 용기 있는 행위다. 교실의 자리 배치가 달라지고, 이름표가 새로운 학년을 달고 등장하는 순간 아이들은 작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툰 첫인사, 괜히 더 크게 들리는 자기소개, 손에 힘을 주고 넘기는 새 교과서의 첫 장까지. 이 모든 장면은 작지만 분명한 성장의 출발점이다.

특히 올해 광주 광산구에서는 오랜 염원이었던 운수초등학교가 문을 열며 더욱 특별한 시작을 알렸다. 새 교실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공간에 아이들의 생기 넘치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더해졌다. 그동안 인근 학교로 멀리 돌아가야 했던 아이들의 등굣길이 짧아지면서, 교문 앞 학부모들의 표정에도 안도와 기쁨이 교차했다. 학교 하나가 생긴다는 것은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공동체의 중심이 바로 서고 지역의 미래가 자리를 잡는 일이다.

하지만 개학의 풍경이 이처럼 늘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관계에 대한 부담과 성적에 대한 압박이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기도 한다. 최근 학교는 학습 공간을 넘어 정서적 안전망의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 학교폭력, 정서적 불안, 디지털 과의존 같은 과제들은 교실 안팎에서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개학은 곧 이런 현실과 다시 마주하며 아이들을 어떻게 지켜낼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모는 결과보다 과정을 바라보고, 교사는 성취보다 가능성을 읽어내야 한다. 지역 사회 역시 학교를 경쟁의 장으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한 연습실’로 존중해야 한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유리 온실이 되기보다는 거친 바람에도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커다란 숲이 돼 주길 바란다.

한경국 취재3본부 부장대우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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