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현금 없는 사회

@이윤주 입력 2026.02.09. 16:23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가 캐시리스’(Cashless·현금을 사용하지 않는)다.

금융 거래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방식의 기록, 관리, 교환이 확산되며 이제는 지갑 보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 더 불편함을 느끼는 시대가 됐다. ‘현금 없는 사회’가 일상이 된 것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4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급수단 중 현금이용 비중(건수 기준)은 15.9%로 신용카드(46.2%)와 체크카드(16.4%)에 이어 세 번째로 나타났다. 2013년 41%에 달했던 현금 사용 비중은 10년 만에 1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경제주체별 화폐 사용 현황 종합 조사 결과’에서도 개인의 월평균 현금 지출액은 32만4천원으로 직전 조사인 2021년(50만6천원)보다 18만2천원(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변화하는 속도에 대응할 수 없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보완책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거리는 이들은 실버세대들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전면 시행된 ‘장벽 없는 무인정보단말기’ 역시 장애인들의 차별없는 서비스 이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다. 금융권도 디지털 거래가 어려운 고령자 등 소외계층을 위해 최소한의 서비스를 의무화해야 한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영국은 금융포용 차원에서 수수료 없는 ATM을 확대하고, 저소득 지역에 무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급결제서비스법을 개정해 주요 시중은행에 현금 취급 의무를 법으로 부과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해 ‘무현금 매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현금 사용은 줄었지만 ‘현금 없는 사회’를 두고는 반대하는 사람(45.8%)이 찬성하는 사람(17.7%)보다 월등히 많았다. 거래에서 현금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현금사용 선택권’의 제도적 보장에 대해서도 긍정 의견이 59.1%로 2022년(49.6%)보다 크게 늘었다.

아직 현금과 이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제 곧 설이다. 오랜만에 현금이 오고 가는 시즌이다.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주고 받는 명절의 온기만큼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이윤주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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