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복합쇼핑몰은 2020년대 들어서 촉발된 '낙후 광주', '노잼 광주' 담론의 상징이었다. 2010년대 들어 유통기업들은 백화점, 극장, 호텔, 놀이시설, F&B 등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으는 이른바 '복합화' 전략으로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서 동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2010년대 중반 광주 신세계백화점이 특급호텔 건립을 포함해 신축·확장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게 대표적이다. 어등산관광단지 개발도 그렇다. 특혜 논란을 거치며 '상가 면적'을 축소해버리는 바람에 관심을 보이던 유통 대기업들이 발을 뺐다. 이외에도 광산구 '롯데몰'을 비롯해 나주 신세계 계열 프리미엄아울렛이나 순천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 등 광주 인근 도시에서도 번번이 저지됐다.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유통 대기업의 자본이 '정쟁화' 대상이 된 게 주된 원인이다. 지역의 중소 유통업체들은 '유통 재벌', '특혜', '소상공인 말살' 등의 프레임으로 정쟁으로 끌고 갔고, 이에 발맞춰 일부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이재명 후보는 신세계백화점 복합화에 반대의견을 냈다. 이같은 정치적 압력 속에서 결국 대부분 사업이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2010년대 중후반 전국적으로 건립된 복합쇼핑몰이 소비 행태의 주된 트렌드가 되고, 또 지역 관광의 핵심 인프라가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서울, 부산, 대구, 대전을 비롯해 광주보다 규모가 작은 도시에서도 복합쇼핑몰 인기가 뜨거워지는 것과 비례해 광주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는 전국 어느 곳보다 복합쇼핑몰이 대거 들어섰다. 결국 정쟁에 휘말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광주만 '광라파고스'(광주+갈라파고스)라는 오명을 떠안게 됐다.
바닥 민심은 들끓었다. 광주시에는 청원이 빗발쳤다. 그러나 행정은 긴 침묵을 지켰다. 그런 상황에서 2021년 4월 7일 "코스트코 유치하라" 광주시청에 봇물이라는 제하로 무등일보에서 기사가 나갔다.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확인됐다. 정쟁이 아닌 건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수차례 연속 보도가 나갔고, 그해 7월에는 여론조사도 실시했다. 시민 10명 중 8명이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길 바라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역 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민심은 고스란히 차기 지방선거 주요 아젠다로 떠올랐다. 당시 현직이던 이용섭 광주시장이 '소상공인 피해'를 이유로 머뭇거리는 사이 강기정 후보(현 시장)가 치고 나왔다. 테마파크와 복합쇼핑몰을 한 데 건립하겠다는, 이른바 '호남판 디즈니랜드' 공약이었다. 그러자 이 시장 또한 "이제는 필요하다"며 복합쇼핑몰 건립에 찬성 입장을 냈다. 자연스럽게 복합쇼핑몰을 유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다 2022년 2월 국민의힘이 가세했다.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지역 공약에 넣겠다는 거였다. 민주당이 반대해 복합쇼핑몰이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원래는 광주보다는 전남에서 먼저 검토됐다. 그러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광주 유세에서 "복합쇼핑몰이 광주에만 없다"고 발언해 전국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는 민주당의 오랜 광주 정치 독점과 '광주 낙후론', '노잼 광주' 담론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전히 '광주 복합쇼핑몰=윤석열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복합쇼핑몰 건립은 자치 사무다. 애초부터 단체장 의지로 풀어가는 문제였다. 윤 전 대통령이 복합쇼핑몰을 앞세운 '호남 낙후론'으로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서 역대 최대 득표를 하고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또 한 것도 없다. 그래도 대선 공약이기에 복합쇼핑몰 접근성을 위한 도로·철도 등 인프라 개선 등이 논의됐지만 결국 탄핵으로 흐지부지됐다.
결국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건 현 광주시장이다. 광주상인연합회 등이 "복합쇼핑몰은 한 개만 가능"이라고 여론전을 펼치고, 삭발투쟁을 하거나 시청 앞에서 연일 시위를 해도 꼿꼿하게 직진 중이다. '더현대 광주'는 구도심 재개발, 신세계백화점 신축·확장은 터미널 복합화, 그랜드 스타필드는 호남 최대 관광단지 조성이 맞물러 있다. 하나 같이 도시 명운이 걸린 사업들이다. 다시 발목이 걸리면 일어날 수 없다. 그런데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다시 복합쇼핑몰이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 불안감이 기우에 그치길 바랄 뿐이다.
마침 오는 20일 '더현대 광주'가 착공을 시작한다. 토지 가격을 뺀 건축비만 1조원에 이른다. 민간 건축물로는 광주 역사상 최대 규모다. 보릿고개를 지나는 지역 건설업체에 단비가 쏟아지는 셈이다. 2년 후 완공되면 한 해 방문객만 최소 2천만명, 이 중 최소 절반은 광주 밖에서 올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에서 온 관광객으로 충장로가, 양동·대인·말바우시장이 꽉 찰 것으로 기대된다. 신세계백화점 확장을 위한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전협상도 연말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유통기업 신세계가 자부하는 '역작'이다. 더 역동적인 도시로 가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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