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선망에서 조롱의 대상이 된 '영포티'

@김종찬 입력 2025.10.16. 18:17

몇 년 전만 해도 '영포티(Young Forty)'는 2030세대에게는 선망의 단어였다. 40대지만 젊은 감각과 재력을 가진 세대,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시대 흐름을 읽는 사람들이었다. 미용, 피트니스, 명품 쇼핑에 돈을 쓰는 게 사치가 아니라 자기 표현이었다. '나이 들어도 젊게 사는 법'을 보여준 세대였다.

하지만 요즘 '영포티'는 다른 의미로 불린다.

요즘 20대들에겐 철들지 않고 젊어지려 애쓰는 사람, 아이폰을 들고 "나도 MZ야"라고 외치는 중년.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실제로는 젊은 직원들에게 나이를 빌미로 사회통념을 벗어난 행동을 서슴지 않게 하는 40대를 뜻하는 단어로 불린다.

선망의 대상이던 단어가 이제는 풍자의 대상이 됐다. '젊음을 지키는 세대'에서 '젊음을 흉내 내기 위해 노력하는 세대'로 바뀐 셈이다. 40대는 피부시술이나 다이어트를 하면 안된다. 20대들은 이들을 보고 "나이먹고 머하는 짓?"라는 말까지 한다고 한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했다. 기술과 유행, 언어까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대 속 20대에게 40대는 '젊음에 대한 집착'으로 읽히고, 오해받는다. 또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기보다 조롱하고 단정짓는다. 그렇게 '영포티'는 세대 갈등의 상징으로 변모해버렸다.

요즘은 영포티에서 나아가 '영피프티'라는 단어도 나오고 있다. 40~50대를 통칭해서 젊은 세대와는 다른, 젊은 행동을 하기 위해 무슨 행동이라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세대 갈등의 주된 요인으로 낙인찍인 4050세대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보면, 영포티의 '젊음'은 불안의 다른 이름이다. 빠른 세상에서 여전히 유효한 존재로 남고 싶은 마음, 도태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20대의 날카로움 역시 생존의 방식이다. 불안과 경쟁이 일상이 된 사회 속 서로의 다름을 비웃는 대신 닮은 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진짜 영포티는 젊음을 흉내 내는 사람이 아니다. 세대의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가치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다. 그들은 젊어지려하는 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성장한 사람들이다. 물론 꼴보기 싫은 40대도 있지만 모든 40대를 하나의 단어로 묶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40대는 젊은 세대에게서 감각을 배우고, 20대는 중년의 경험에서 지혜를 얻는 방식이 필요해 보이는 요즘이다.

김종찬 취재2본부 차장대우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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