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인공지능(AI) 중심 도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조성, AI 2단계 국가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은 분명 지역 미래를 밝히는 성과다. 그러나 이 같은 비전이 지역 경제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광주의 AI 정책이 기술 인프라 구축에 집중된 반면 정작 '기업이 머무는 도시'로 발전하는 기반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은 지난 6년간 수도권 기업을 한 곳도 유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전 보조금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광주를 투자처로 선택하지 않은 셈이다. AI 산업이 지역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으려면 단순한 기술 투자가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본이 순환하는 기업 생태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그 핵심이 바로 기업 유치다.
문제는 기업들이 광주 이전을 망설이는 이유가 기술 환경뿐 아니라 삶의 환경에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광주외국인학교가 학생 수 감소와 재정난으로 존폐 위기를 겪고 있는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AI 분야의 핵심 인력은 외국인 또는 해외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국제 교육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가 머물기 어려운 도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들이 외국인학교 설립 기준을 완화하며 인재 유치 경쟁에 나서는 것과 비교하면 광주의 대응은 다소 더딘 인상을 준다.
또한 장기 과제로 남아 있는 군공항 이전 문제 역시 기업 입장에서 도시의 행정 신뢰도를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 대규모 투자는 예측 가능한 행정과 지역 사회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갈등이 장기화되면 아무리 좋은 산업 인프라도 기업들에게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AI 선도 도시 광주'라는 비전이 진정한 결실을 맺으려면 대형 프로젝트의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기업과 인재가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는 기반부터 점검해야 한다. 기술 중심의 도시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은 광주가 균형 있는 성장의 토대를 세워야 할 시점이다. 기업 유치 실적 '0건'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행정의 신뢰도와 생활 인프라를 함께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한경국 취재3본부 차장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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