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유아차도 못 다니는 길"···광주 도로 민낯

@이삼섭 입력 2025.10.02. 13:54
광주 북구 용봉동 일대. 인도까지 덮친 불법주차 등으로 보행 환경이 열악한 모습이다.

"차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떠받들어 살면서 왜 보행자나 자전거, PM(Personal Mobility) 공간을 내주지 않는가요?"

9월30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광주 교통체계 혁신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이의 외침이다. 이 토론자는 그가 목격한 길거리 제초 장면을 언급했다. 불법주차된 차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밀막을 씌우던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보행자와 자전거가 지나갈 땐 그런 보호하려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자동차 우선주의' 광주의 현실이라는 게 그의 탄식이다.

실로 그렇다. 광주에서 보행과 자전거·PM은 뒷전이다. 광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광주는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 차로와 보도가 제대로 구별되지 않은 도로는 온통 불법 주차된 차들로 가득해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다. 인도에는 어쩜 그토록 불법주차된 차량이 많은지…. 자전거나 PM은 별도 도로가 없으면 차로 갓길에 다녀야 한다. 불법주차된 차들이 갓길마저 점령해 다닐 수가 없다.

행정의 문제도 크지만 결국 행정은 시민의 인식을 따라간다. 공영주차장을 만들어도 한 시간 1천500원 내기 싫어 주차장 인근에 불법주차하는 게 현실이다. 상인도 고객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민간 주차장은 만들어질 수도, 만들어진다고 한들 운영난을 겪는다. 충장로에 주차장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시민들이 주차장에 돈 내기 싫어하니 충장로 상인회가 '공짜에 가까운 주차장' 만들어달라고 생떼 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공유형 PM을 교통 체계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댓글이 살벌했다. 인도에 불법주차된 PM에 대해, PM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에 대해 기자가 책임질 거냐는 성토였다. PM을 거리에서 빨리 치우라고 악을 썼다. 글쎄…. 자동차 불법주차로 온 도시가 몸살을 앓고 있고, 자동차 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자동차를 없애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자동차든 오토바이든 전동킥보도든 심지어 보행자든 비상식적인 행동은 발생한다. 본인은 자동차 타고 편하게 이동하면서 차 없는 우리 청소년들이, 청년들이 편하게 이동하겠다는 데는 핏대 세우는 모습은 부끄럽기까지 하다. 친환경 이동수단에 작은 주차공간만 차지하는 전동킥보드를 각종 도시 문제를 야기하는 자동차 이용자가 비난하는 건 아이러니하다.

얼마 전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유아차를 끌고 다니는 어머니가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2차로에 양 옆에 불법주차된 차들로 도저히 이동할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최근 만난 한 도시공학자는 "유아차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다닐 수 있는 지가 그 도시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 도시 수준이 딱 그 정도인 걸까?

차를 이용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이동수단 간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던 시민이더라도 때론 전동킥보드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고, 버스로 보행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필자도 그렇다. 다양한 이동수단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한 가지 더. 요즘 주요 도시들은 앞다퉈 보행친화적 도로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그게 도시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걸어야 도시의 매력을 알 수 있고, 그러면서 매력이 더해진다. 체계 없는 조각난 정책이 아니라, 시민의 보행 경험을 높이는 중장기 전략이 지금 광주에 절실하다. 더 나아가 보행만이 아니라 자전거와 PM을 함께 통합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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