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국가 핵심 정보와 시스템이 집중된 시설에서 불이 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은 불안했고, 정부는 즉각 비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물리적 피해보다 더 큰 문제는 국가 시스템 안전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전산 허브다. 행정 전산망, 주민등록, 전자정부 서비스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기능이 이곳에서 돌아간다. 국가의 두뇌이자 심장에 해당하는 기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단순한 시설 사고를 넘어 재난 대응과 보안 관리의 허점을 드러낸다.
정부는 "서비스에 차질이 없었다"고 했지만 국민은 안심하지 않는다. 이중·삼중 백업 체계가 있어도 물리적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언제든 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을 외치면서도 기초 안전 대책이 미흡했다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다.
이번 화재는 두 가지 취약점을 보여줬다.
하나는 안전 관리다. 국가 기간시설은 사고를 전제로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 화재 경보기, 스프링클러, 전기 점검 같은 기본이 소홀했다면 이는 과실을 넘어선다.
다른 하나는 대응 신뢰다. 사고 직후 정부 설명과 조치가 투명하고 신속했는지는 국민 신뢰와 직결된다. 초기 대응이 늦거나 축소 의혹이 제기된다면 또 다른 실패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일반 국민에게는 낯설지만, 실제 역할은 국가 존립과 직결된다. 이곳에서 사고가 난다는 것은 전력망이나 통신망이 멈추는 것과 같다. 한순간의 방심은 행정 서비스 중단과 사회 혼란, 국가 기능 셧다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핵심 인프라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기관'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운영 실태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안전 점검 결과와 보안 강화 계획을 공유하고, 예산과 인력 배치도 검증받아야 한다.
국가 기간망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구조가 안전한지, 분산 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하는지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
화마는 진압됐지만 불안은 남아 있다. 이번 화재를 단순 사고로 치부한다면 다음 재난 앞에서 국가는 속수무책일 수 있다.
국가의 두뇌와 심장을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대한민국'의 안전 기초를 다시 세워야 한다.
이관우 취재2본부 차장대우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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