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최대 상권인 충장로 1~3가에 '충장로 3000운동'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3천원에 24시간 주차할 수 있는 대형 공영주차장을 지어달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그 이면의 내용이 자못 섬뜩하다. 상인회장이 한 지역언론 인터뷰에서 권리당원 3천명을 모았고, 이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시장을 압박하겠다는 의도까지 공개했다.
상인회장은 특히 광주시장이 공영주차장을 지어주지 않아 충장로가 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충장로·금남로 1층 상가는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평당 10만1천원이다. 광주 평균 7만1천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충장로 1~3가는 주요 거리는 평당 20만원에 이른다. 이는 서울 광화문, 강남 오피스 임대료와 맞먹는다.
그런데도 충장로가 망했다는 건 통계의 오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금남로·충장로 상권은 호남동·대인동·서남동·누문동 등 충장동 말고도 많은 범위를 포괄한다. 충장로가 망했다는 건 엄밀히 충장로1~3가가 아니라 충장로 인근 구도심 상권이다. 통계의 함정이 잘못된 보도로 이어지고, 이는 우리가 인식하는 충장로가 몰락했다고 인식한다. 잘못된 통계는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동구는 자체적으로 충장로 공실 파악에 나선다고 한 상태다.
이미 충장로에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100억원에 달하는 '충장상권 르네상스'이 진행 중이다. 헌 건물을 사서 복합문화공간도 지어주고, 테마거리도 만들어주고, 주차장도 만들어주고 있다. 정기적으로 큰 축제도 열어준다.
주차장 역시 부족하지 않다. 지자체가 파악한 바로는 충장로 1~5가 내 공영·민영주차장은 총 2천면에 이른다. 충장로 1~3가는 광주도시공사가 운영하는 300면짜리 주차장이 있다. 공영주차장은 아니지만 공영주차장 요금을 적용한다. 충장로1가와 도로 하나를 두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차장 A(275면)도 있다. 이들 주차장 대부분이 평일에는 텅 비어 있고, 그나마 공영주차장 정도가 주말에 가득 차는 정도다. 민영 주차장은 고객이 없어 고사 직전이다.
이익집단의 정치 참여는 민주주의의 한 축이다. 그러나 머릿수를 앞세워 노골적으로 특혜를 요구하는 건 다른 문제다. 그건 공공의 자원을 약탈하는 행위로도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이다. 자칫 도시의 공공성을 무너뜨려 지역의 미래까지 좀 먹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무엇보다 충장로를 향한 시민들의 애정을 자칫 잇속을 챙기는 데 활용한다는 오명을 얻을 우려가 있다. 충장로는 광주시민의 자랑이자, 추억이자, 광주를 상징하는 상권이다. 서울의 명동, 대구의 동성로, 부산의 서면, 광주의 충장로라는 공식은 과거도 앞으로도 변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도시 공공성을 해하는 주장을 하는 집단에 시민들이 고운 시선을 보낼리 만무하다.
자칫 충장로의 몰락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사람은 비호감으로 찍히는 순간 끝난다. 한 번 비호감으로 찍히면 호감으로 만드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충장로 상인회가 무료 수준의 주차장을 요구할 게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주차 요금을 지원하거나 민영 주차장 요금을 낮추려는 협약과 같은 자구책이 선행돼야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공공에 비용을 떠넘기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 '충장로 3000운동'이 자칫 충장로 미래를 좀먹는 자충수가 되질 않길 바란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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