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괴. 말로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말이다.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나 나올법한 유괴 이야기가 최근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괴 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사회적 충격이 커지고 있다. 단지 '미수'로 끝났다 해도, 그 순간 아이들이 느꼈을 공포와 불안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지역에서 20대 초반 남성 3명이 아이들에게 "집까지 태워줄까"라며 접근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SUV 차량을 이용해 총 세 차례에 걸쳐 초등남학생 4명에게 말을 건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는 뛰어 도망쳤고 나머지는 말을 무시하거나 지나쳤다. 경찰은 지난 4일 CCTV 영상 및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수사 끝에 범행 미수 혐의로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처음에 "유괴 시도는 없었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3명 체포, 2명 구속영장 신청"으로 입장을 바꾸며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됐다.
또 서대문구 사건에 이어 경기도 광명시 아파트 단지에서는 고등학생이 8세 여자아이를 따라가 엘리베이터에서 입을 틀어막아 끌고 가려는 유괴 시도가 발생했다. 피해자 아이가 크게 울며 저항하자, 피의자는 비상구 계단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CCTV 동선 추적과 부모의 신고를 통해 즉시 체포 후 성폭력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에 이어 인천, 제주 등 지역에서도 유사한 접근 시도가 추가로 확인됐다. "아르바이트 할래?", "태워줄까?" 등의 말로 초등·중학생에게 접근하려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3시간 내 긴급체포하기도 했다.
이번 유괴 미수가 연속해 드러난 사건들은 단지 개별범죄가 아니다. 이는 사회가 아이들의 일상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 아이들이 학교 앞, 아파트 현관, 골목길 등 우리의 일상에서 안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캠페인이 아니라, 학교나 경찰만이 아니라, 모든 어른들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필자는 두명의 딸을 두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잘 다녀올게"라는 평범한 인사가 아닌 "모르는 사람은 절대 따라가면 안돼"라는 1990년대에나 했을 법한 소리를 하며 나오고 있다. 다시는 이 같은 유사 범죄가 나오지 않길, 경찰과 사회가 아이들을 철저하게 보호해 주길 기대한다.
이정민 취재1본부 차장대우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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