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본능적으로 물을 찾는다. 고대 문명부터 현대에 이르는 도시까지 물은 도시 번영의 최대 원천이었다. 지금도 경쟁력 있는 도시 대부분은 친수성이 높다. 단지 교류나 물류, 제조업에 유리해서만이 아니다. 물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친수공간은 시민들의 최대 휴식처이자, 도시의 품격을 결정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한강이 없는 서울을 상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광주도 원래는 물이 많은 도시였다. 광주가 사랑해 마다하지 않는 무등이라는 말도 물이 많다는 의미의 '물들'에서 나왔다는 말이 있다. 무등산 자락에서 흘러나온 수많은 물길은 광주천에 모여 영산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 물길을 따라 광주라는 도시도 번영했다. 하천의 넘치는 물을 잡아두는 저수지도 있었다. 특히 200만톤(t)에 이르는 빗물을 담을 수 있는 경양방죽이 있어 홍수 조절도 했다. 자연 유원지로서 시민들이 즐길 수 있었던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도심 곳곳에서 물을 마주하며 살아가던 일상적 풍경은 도시화 과정에서 사라졌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산을 헐어 저수지를 메우고,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어 하천 기능을 없앴다. 물길과 물그릇을 없앤 자리에 들어선 건 아스팔트였다.
그 결과 광주 도심은 기후재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집중호우라도 내리면 빗물이 스며들고 모이는 길을 막아버린 탓에 침수 피해가 반복된다. 뜨거운 열을 식혀줄 물길과 물그릇을 없앤 탓에 폭염과 열섬 현상에 취약해졌다. 도심 사람들은 물 구경이라도 하려면 차 타고 강과 천이 있는 곳으로, 바다로 이동한다. 도심 속 이동 취약 계층에게 물 구경은 또 다른 차별의 벽이 됐다.
잘못된 도시 개발을 이제라도 되돌려야 한다. 복개한 하천을 다시 열어 물길을 틀어 주고, 녹지와 투수 포장을 활용해 물이 스며드는 땅을 만들어야 한다. 또 지상 위 물그릇 또한 만들어야 한다. 콘크리트로 덮는 데는 쉽지만 복원하려면 그보다 수배, 수십 배의 돈이 든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재해 대책이 아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시민 삶의 질을 회복하는 근본적 작업이다. 이미 많은 도시가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겪었던 이 같은 과오를 반성하고 '물순환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는 또다시 눈 앞의 대책을 세우는 데 그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빗물터널과 대형 지하 저류지를 만드는 게 대표적이다. 물론 집중호우 때 도시홍수를 막는 역할은 분명히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빗물을 지하에 임시로 가둬 두는 게 지속성 있는 대책인지는 의문이다. 침수 예방을 위한다지만 따지고 보면 복개하천처럼 또다시 도시의 물을 감추고 지우는 방식이다.
특히 이 같은 방식들은 3~4년 빈도로 오는 때에 잠시 쓰이고 평소에는 쓸모없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지만 그게 도시 지속성 확보에 얼마큼 기여하는지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폭우 대책은 되겠지만 폭염·열섬 대책은 될 수도 없고, 시민 삶의 질을 크게 높이지도 않는다.
차라리 지상에 대규모 물그릇을 만드는 걸 검토해 볼 때다. 도심 온도를 낮춰 폭우뿐만 아니라 폭염과 같은 다양한 기후재난의 대책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누리는 오아시스이자 도심 활력을 높이는 랜드마크가 될 거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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