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행복한 눈물'은 죄가 없다

@이용규 입력 2025.08.12. 17:41

검찰이 지난 1996년 6월 동아그룹의 여의도 63빌딩 지하창고를 압수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작품을 비롯해 그림 203점을 확보했다. 최순영 회장은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2008년 1월에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인근의 창고를 압수 수색하면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강렬한 팝아트인 '행복한 눈물'과 '베들레헴병원' 등 많은 유명 작품을 발견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삼성의 비자금 관리를 폭로로 촉발된 이 사건은 특별검사제를 통한 수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가의 미술품이 기업 비자금 통로나 개인 은닉재산으로, 혹은 뇌물 등 권력층 비리의 진앙지로서 단골 수상이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미술품 거래 금액은 5천억 규모로 알려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내놓은 2024년 미술품시장 거래 규모는 5천400억 내외였다. 거래 작품수는 4만점 수준이었다. 미술품을 거래하면 현행법으로 화랑은 판매 가격의 10% 부가세를 낸다. 소득세 법인세도 낸다. 작가도 3.3% 원천징수를 한다. 6천만원 이상 거래되는 예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실상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작품 규모 파악을 비롯해 투명한 거래와는 거리가 먼 구멍이 많다.

【서울=뉴시스】이우환, 점으로부터 No.760162 pigment suspended in glue, on canvas162.2×130.3cm (100), 1976 케이옥션 10월 경매 추정가 KRW 1,600,000,000 - 2,000,000,000

미술품은 등기 등 공적등록 대상이 아니다. 누가 언제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얼마에 구입했는지 밝히지 않아도 된다.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부르는게 값이다. 매매 당사자만 알 뿐이다. 투명한 미술품 거래를 위한 법적 강화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법을 자주 만들면 그림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음을 주장한다. 국회를 중심으로 토론회와 공청회 등이 자주 열리고 있으나 이해 관계인들의 첨예한 입장차만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씨의 오빠 장모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우환 화백의 고가 그림을 확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검팀이 발견한 작품은 이 화백의 대표 연작인 '점으로부터' 시리즈의 하나이다. 해당 작품은 경매 시장에서 시가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의 조사가 이 미술품의 성격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미술과 사회 이슈가 생각보다 밀접하게 닿아있는 점은 분명하다. 영어의 선물로 번역되는 기프트(Gift)는 독일어로 독약을 뜻한다.

이용규 신문디자인 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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