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폭우 지옥에 갇힌 광주와 전남

@김종찬 입력 2025.08.07. 18:08

입추는 '24절기' 가운데 13번째 절기로, 양력으로는 대체로 8월 7일∼8일에 해당하며 올해는 7일이다. 말 그래도 '가을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농부는 이 시기부터 곧 다가올 가을을 기다리며 추수를 위해 한창 따가운 햇볕에서 농사를 짓는 시기다.

하지만 광주와 전남은 올해 가을의 선선함 대신 '열대 지옥'에 갇힌 모양새다. 지난 6·7월 두 달간 지역 평균 최고기온은 30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열대야는 12.4일이나 이어졌다.

폭염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물 폭탄'이 뒤따랐다. 3일 밤 무안에는 하루 29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시간당 140㎜ 이상의 극한 호우가 광주와 전남을 말 그대로 덮쳤다. 급류에 휩쓸려 60대 농민이 숨지고, 무안공항 활주로와 광산구 도심 도로까지 물에 잠겼다. 보름 전에도 비슷한 강도의 호우로 사망·실종자가 속출했는데, 불과 17일 만에 같은 악몽이 반복된 셈이다.

재난이 일상이 되자 지자체와 중앙정부도 뒤늦게 움직이고 있다. 광주 북구·나주·함평 등 최소 5곳이 특별재난지역 요건을 충족했고, 광주시는 피해액만 178억원을 보고했다. 그러나 '서류 작업'과 현장 실사에 시간이 걸리는 동안, 주민들은 자비로 복구비를 부담하고 농작물은 물속에서 썩어가고 있다. 피해를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을지도 예단할 수 없다. 이같은 폭우가 또 쏟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행정은 난맥을 보이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다는 예보가 나왔지만 수해를 입었던 지역이 또다시 수해를 입었다. 우수관로나 하수관로 등이 역류하고 쓰레기들이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모습은 지난달 17일의 모습 그대로였다. 지난 수해 당시 역류했던 이유는 단 한가지 원인일 수는 없지만 가장 크게 지적된 부분이 쓰레기 투기였다. 쓰레기들이 물이 빠지거나 들어가야할 통로를 막아선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비가 쏟아진다는 예보가 나왔을 때 행정은 가장 먼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도심 곳곳의 쓰레기를 치워야 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또 역류하고 또 수해가 발생했다.

이쯤 되면 '예상 밖'이라는 행정의 변명은 설 자리가 없다. 이미 폭염과 강우가 여름철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지자체는 주민들의 삶을 가장 먼저 살피고, 스스로 재난 컨트롤타워라는 사명감을 갖고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김종찬 취재2본부 차장대우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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