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혼자라는 건 결핍이 아니라 선택일지도

@한경국 입력 2025.08.05. 14:12

퇴근길, 유난히 붐비지 않는 도로를 따라 천천히 차를 몰았다. 라디오에서는 DJ의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창밖은 노을이 깔리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점점 짙어지는 어둠 사이를 달리다 보면 문득 내가 이 거리에 혼자라는 감각이 선명해진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선 순간, 옆 차선에 나란히 선 차량 안엔 연인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반대편에서 마주치는 차 안에도 누군가는 전화를 하며 웃고, 또 어떤 차에선 아이가 창문에 손바닥을 대고 장난을 치고 있다.

나는 그 사이 말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에 혼자인 사람은 나뿐일까?'

스무 살 때는 혼자인 게 무서웠다. 밥도 꼭 누군가와 먹어야 했고, 영화관도, 여행도, 심지어 카페 한 켠에 앉아 있는 것조차 같이 해야만 안심이 됐다. 혼자 있는 사람을 보면 어쩐지 안쓰럽다는 생각도 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드라이브하고, 혼자 주말을 보내는 사람이 돼 있다. 그리고 그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누군가의 관심이나 확인 없이도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일. 마음이 허전한 날 누군가에게 급히 기대지 않아도 그 허전함마저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

물론 외로움은 여전히 있다. 토요일 밤 TV도 켜지 않은 채 불 꺼진 방 안에서 가만히 누워 있으면, 이유 없는 깊은 한숨만 내쉬기도 한다. 연락하고 싶은 옛 친구가 떠올라 메시지를 썼다가 전송하지 않고 지운 적도 있다. 사람들 속에 있어도 고립감을 느낄 때가 있고 누군가와의 대화 뒤에도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남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들에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조용한 순간들이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나와 대화하고, 잊고 있던 감정을 들여다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더 알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혼자라는 상태가 더 이상 두렵지 않아진다.

그렇다고 사람을 덜 사랑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외로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외로움에 휘둘리지 않고 그 속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혼자라는 건 결핍이 아니라 내가 나를 지켜내는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그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지는 일 아닐까.

한경국 취재3본부 차장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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