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광주 공무원노조 소비쿠폰 '남 탓' 논평

@이삼섭 입력 2025.07.29. 14:16
강기정 광주시장이 23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색상 차등 지급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모습. 광주시

최근 광주시의 '소비쿠폰 색상 차등' 지급 후폭풍이 거셌다. 행정 영역에서 정책 수혜자에 대한 수용성 혹은 감수성을 생각하기보다 행정편의적 일처리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본질보다 더 씁쓸한 장면은 그 뒤에 벌어졌다.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광주 공무원노조) 발표한 논평 때문이다. 광주 공무원노조는 '시장님은 무슨 색?'이라는 논평에서 "이번 문제의 원인은 강기정 시장의 독선적인 행정과 폐쇄적인 관료 문화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강 시장은 남은 임기 동안만큼이라도 깊은 성찰을 통해 인권 도시 광주에 걸맞은 행정을 펼치는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차등 색상을 없애기 위해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공무원에게 지시한 것을 두고도 "제 식구도 이렇게 못 챙기면서 어떻게 140만 시민을 품겠단 말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논평을 보고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우스운 논평' 혹은 '유체이탈 논평'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세상이 '남 탓'하는 게 유행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뻔뻔한 논평은 듣도 보도 못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언론사에 비유해 보자. 예컨대 인권 감수성이 결여된 표현이 신문 1면에 나왔다고 치자. 기자가 해당 표현을 써서 신문에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검토 절차를 거친다. 동료 기자, 데스크, 편집국장, 제작국장, 편집디자인팀, 온라인팀, 나아가 신문을 배달하는 신문 지국까지…. 이 기사는 수많은 이들의 손과 눈을 거쳐 지면에 오른다. 그 표현을 보고도 누구도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 개인이 아닌, 집단 전체에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책임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회사를 대표해 사장이 사과할 것이다. 전 직원이 현장에 가서 이미 배포된 신문을 회수하려고 고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노조에서 사장이 인권 감수성이 결여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책임을 돌리고, 노조원에게 사과하라고 논평을 낸 거다. 상상할 수 있는 일인가? 그런데 실제 일어났다.

소비쿠폰 색상 차등 지급 문제를 둔 광주 공무원 노조의 논평이 그렇다. 카드 디자인을 담당한 팀, 결재한 간부, 협의하고 승인해 준 행정안전부, 제작한 광주은행, 배포한 자치구와 행정복지센터…. 이 모든 단계에서 어느 공직자도 색상 차별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는 공직사회 전반에서 인권 감수성이 결여돼 있다는 걸 방증한다. 결재 서류를 받아보지도, 카드 디자인을 보지도 못한 시장은 그래도 조직의 수장으로서 문제를 책임지고 사과했다.

그런데 책임 있는 공무원들이 소속된 공무원노조는 적반하장으로 시장 한명에 책임을 덮어씌우는 황당한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상식이 뒤바뀐 행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낸 공직사회에 과연 시민들은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실무 공무원 책임을 떠안고 대표로 사과한 시장을 존중하지도 않고, 동료들이 한 실수 뒤처리에 힘들다고 논평을 낸 그 사고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논평 쓸 시간에 공직사회의, 동료들의 부족했던 점을 함께 책임지고 반성하는 글을 썼다면 시민들로부터 비웃음이 아닌, 격려를 받았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이 상식이고, 책임감이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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