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미국의 한 슬럼가 골목. 두 대의 중고차를 놓고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모두 보닛을 열고, 그 중 한 대는 유리창을 조금 깨뜨린채 놓아두었다. 1주일 후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보닛만 열어둔 차는 별반 차이가 없었던 반면, 유리창을 깨뜨린 차는 나머지 유리창은 물론 낙서투성이에 타이어, 배터리까지 사라진 채 만신창이가 됐다. 그저 유리창 하나를 조금 깨놓았을뿐인데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진행한 이 실험을 토대로 범죄심리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발표한 것이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다. 도시 변두리 건물에 유리창 하나가 깨진 집을 내버려 두면 모두 버려진 집으로 여겨 나머지 유리창을 모조리 깨뜨리고 인근 빈집과 건물까지 파손되고 낙서로 뒤덮인다는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집 대책을 이야기할때 자주 등장하는 이론이다.
빈집 문제는 오랫동안 골치거리였다. 특히 농촌의 빈집은 여러 이유로 방치돼왔다. 정비가 까다로운 관련 법령도 문제였지만 부모님이 살았던 공간이라 팔기가 거북하고, 형제자매간 의견이 다르거나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도 방치의 이유가 됐다. 돌아갈 수도 없지만, 팔기도 어려운 공간으로 시간만 흐른채 폐허로 변해갔고 고향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불편한 짐이 됐다.
늘어가는 농촌빈집 관리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전국 빈집 통합 관리체계 구축에 나선 정부는 지난해 빈집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행정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빈집이 13만4천9호로 파악됐으며 농어촌이 7만8천95호, 도시가 5만5천914호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2만6호로 가장 많았다. 이를 토대로 최근 '농촌빈집은행' 운영을 시작했다. 방치된 빈집 소유자가 거래 희망 동의서를 제출하면 민간 부동산 플랫폼과 귀농귀촌종합지원 플랫폼(그린대로)에 매물로 등록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국 18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남은 강진·광양·담양·여수·영암·완도 등 6곳으로 가장 많다.
빈집이 되살아나는 과정은 그곳에 활력을 불어넣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실제 농촌빈집은 귀농귀촌은 물론 청년창업 등을 위한 다양한 실험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농촌빈집은행'이 농촌 생활인구 유입의 기반이자 지역 재생의 기회로 작용하길 기대해본다.
이윤주 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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