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인구가 14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지역의 충격은 상당하다. 뭐 지금껏 그래왔듯 충격은 조만간 가시고 곧 130만명대에 익숙해질 테다. 그래도 당장은 엄청난 위기가 닥친 것처럼 심각하게 원인 찾기에 나설 것이다. 그렇지만 그 원인 찾기마저도 게으르다. 그저 표면적 숫자만 보면서, 그보다는 들으면서 청년층 빠져나가는 게 문제라며 하나 마나 한 이야기로 심각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어느 사장님들은 청년들 일자리 없는 게 문제라면서 대기업 공장 유치도 못 하는 무능한 행정이라면서 침 튀기면서 이야기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들여오라는 공장은 안 들여오고 대기업 복합쇼핑몰 짓는 데만 열 올린다면서 목에 핏대를 세울 것이다. 그러다가도 서울로 대학 간, 대기업에 취업한 잘난(?) 자녀들 자랑으로 이어질 테다. 새로 뽑은 제네시스 얘기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자랑이 지겨워지면 요즘 불황이라 장사가 안 된다, 최저임금 올라서 죽겠다는 푸념을 내쉴 테다. 그러다가 골목경제가 무너지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뭘 하고 있냐며 다시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렇게 내년 지방선거 시장에, 구청장에 누가 나온다더라는 얘기로 옮겨갈 것이다. 누가 내 고등학교 선배니 후배니 중학교 동창이니 초등학교 옆 반이니…. "아는 형님이 이번에 그 후보 도와준다는데 잘 되면 가게 근처에 주차장 하나쯤은 생기겠지." 한바탕 웃음이 터지는 순간이다.
짧게 머리를 스친 모습은 잠시 지우고 이야기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청년층이 빠져나가서 광주가 인구 위기라고 한다. 그래서 청년들이 빠져나가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낸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광주는 오래전부터 청년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도시다. 대신 그만큼 청년들이 들어와서 몰랐을 뿐이다. 그 청년들은 전남에서 대부분 왔다.
예컨대 가뭄이 닥치면 댐 수위가 줄어든다. 들어오는 빗물은 없는데, 상수용이든 농업용이든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댐 문을 막으면 수위는 유지된다. 그러나 댐은 썩는다. 고인물이 썩는다는 건 상식이다.
광주는 호남의 댐이다. 전남과 전북의 인구가 빗물처럼 고였다. 1960년 40만명이었던 인구가 2025년 140만명이 된 이유는 전남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빗물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빗물이 말라버렸다. 저출산과 지방소멸로 광주로 올 청년도 없고, 있다 해도 바로 수도권이라는 더 큰 댐으로 간다. 전남은 2003년 한 해에만 3만명이라는 빗물을 내보냈다. 이 중 상당수가 광주로 향했다. 그러나 전남은 지난해 겨우 3천명이라는 빗물만 내보냈다. 오히려 광주에서 빗물이 내려왔다. 역류인가?
전남에서의 인구 유입이 멈추고 나서야 광주에서 빠져나가던 인구가 보이는 것 뿐이다. 그런데 댐을 막아 나가는 인구를 막겠다면? 그 댐의 수질, 즉 생명력은 낮아진다.
도시의 생명력은 수위만큼 중요한 게 수질, 즉 다양성이다. 전세계 어느 도시를 보더라도 다양성과 도시 경쟁력은 비례한다. 더 다양한 유전자들이 모이는 도시가 살아 남는다. 광주는 전국 특·광역시 중 지역적 다양성이 가장 낮다. 그나마 전남과 전북 정도에서만 인구가 모인 덕분에 약간의 다양성이 유지됐다. 그러나 이제 정말로 '찐 광주' 사람만 남게 생겼다. 생물학적 다양성이 사라진 유기체의 결말은 대부분 알 것이다.
시선을 바꾸자. 빠져나가는 청년이 아닌, 들어올 청년을 보라. 전남만 볼 게 아니라 전국으로,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호남의 댐이 아닌, 세계의 댐이 되는 게 생존의 길이다. 도시의 문을 활짝 열어보자.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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