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다시 만난 오월

@김현주 입력 2025.05.15. 17:46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던진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우리는 이미 찾았다. 지난해 어처구니없이 터진 12·3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우리는 똑똑히 봤다. 광화문 광장을 메운 시민들과 다시 타오른 촛불을 통해, 80년 5월이, 광주의 혼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45년 전 광주에서 흘린 피는 식지 않았고, 여전히 뜨겁게 타올랐다. 계엄군의 총칼에 쓰러진 이들의 절규가 우리의 가슴에 메아리치고 있음을, 우리는 모두 분명히 느꼈다.

그 피와 희생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를 말하고 외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오월이다.

하지만 45년 전의 진실은 여전히 깊은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의 죽음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책임자 처벌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진상 규명은 반쪽짜리에 머물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서 '오월 광주'가 빠져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당한 이들이 왜 지금까지 헌법 밖에 있어야 하는지, 우리는 그 질문에 이제 답해야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5·18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것은 단순한 문구의 추가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이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드러내는 선언이다.

5·18은 특정 지역의 아픔이 아니다. '광주'라는 이름은 이제 장소가 아니라 하나의 정신이다. 저항과 연대,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향한 뜨거운 외침이다. 그 외침은 2024년 겨울, 다시 살아났다.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고, 역사의 퇴행을 막아냈다.

5·18 정신은 그렇게 또 한 번 우리를 구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치러지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단순히 새로운 권력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가치가 이 나라의 중심이 될 것인가, 어떤 과거를 우리가 기억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제는 오월 정신을 헌법에 새겨야 한다.

불의와 어둠에 맞서 지켜낸 그 용기와 정신을 계승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위기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다시 만난 오월 앞에서 우리는 답한다. 80년의 오월이, 2024년의 12월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고.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