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필 무렵
김소월 시인의 고향인 평안북도 곽산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영변은 약산의 진달래꽃으로 유명하다, 불후의 명시 '진달래꽃' 구절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봄은 매화와 벚꽃으로 시작해 온갖 꽃들이 피어나지만 끝을 장식하는 것은 진달래와 철쭉이다.
진달래는 봄의 절정인 3월과 4월 그 숨죽였던 자태를 드러낸다..
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그의 대표작이지만 유난히 슬프고 처연하다.
그는 18세 때 문단에 나와 20세 약관에 배재고보(현 배재고) 재학 시절 이 시를 1922년 7월 '개벽' 25호에 실었다.
100년을 넘은 이 시는 한국 시문학사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꼽힌다.
소월은 33년의 짧은 삶 동안 그는 154편의 주옥 같은 시편들을 남겼다. 암울했던 일제암흑기 20대 문학청년은 자신과 민족의 울분을 애이불비(哀而不悲)의 마음에 담아 가녀리고 서정적 언어로 펼쳐냈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끝나고 4월 하순임에도 봄 같지 않다. 꽃을 보고 기뻐야 함에도 발걸음은 살얼음판을 건너듯 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계엄 사태는 한숨을 돌렸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여파는 경제를 뒤흔들고 서민들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때보다 혹독한 나날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 16일 11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도 마음 한 켠을 무겁게 짓누른다. 여전히 유가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진도 팽목항에 잠든 희생자들의 넋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못한 채 모두의 뇌리에 머물고 있다. 삶은 안길 품이 있어야 한다.
소월이 생전 찾았던 영변에도 어김 없이 진달래꽃은 피었고 남도 군락지인 여수 영취산에도 진달래 향기가 흥건하다. 엄동설한의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고 진달래는 피어났건만 시(詩) '진달래꽃'은 여전히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진달래가 건네는 미소처럼 이 봄을 안고 희망과 긍정으로 다가오는 대선과 새 봄을 준비할 일이다. 영변 출신으로 약산 진달래꽃을 보며 소월시를 읽고 꿈을 키웠던 작곡가 길옥윤이 66년 작품 '사노라면'에서 우리에게 말한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최민석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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