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지인 부고장, 보이스피싱 아냐?"

@김종찬 입력 2025.04.14. 17:46

"5년 만에 연락온 지인이 보낸 부고장 링크를 누르려다 보이스피싱이면 어쩌나 하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제는 링크가 뜨면 눌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돼요."

최근 출입처에서 만난 사람이 하소연하며 한 말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활용한 청접장이나 부고장이 더욱 흔해진 시대가 됐다.

하지만 지인에게서 모바일 청첩장이나 부고장이 도착해도, 반가움보다 먼저 의심이 앞선다. "혹시 이거, 보이스피싱 아니야?"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최근 언론 보도나 주변에서 스마트폰 해킹 사례가 자주 언급되면서 마음을 전하려던 메시지가 오히려 경계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스미싱 탐지 및 차단 건수는 219만6천469건으로, 2023년 50만3천300건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공공기관 사칭이 125만8천228건으로 가장 많았고 계정 탈취(45만9천707건)나 지인 사칭(36만3천622건)도 수십만건에 달했다. 문자로 전달받은 사람의 마음을 믿지 못할만한 사회가 되버렸다.

기술은 분명 우리 삶을 더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디지털 범죄는 점점 더 정교해졌다. 이젠 단순한 사기를 넘어 사람의 관계와 정서까지 흉내낸다. 지인의 이름으로 온 문자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되면서 신뢰는 위조되고, 그 속에서 의심만을 학습하게 된다.

가장 소중한 소식을 전하는 방식이 가장 의심스러운 형식이 돼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결혼해요', '어머님이 돌아가셨어요' 같은 중요한 말이나 문자가 링크에 담기는 순간 받는 사람은 진심 대신 경계심이 먼저 들게 되니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마음을 전하고, 받아들이는 존재다. 링크 너머의 진심을 다시 마주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통한 경계를 넘어서려는 감정적 지혜가 필요하다. 손편지를 그리워하듯, 우리는 느리고 확실한 방식 속에서 다시 사람을 믿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상이 되버린 의심. 하지만 진심은 여전히 그 일상 속에서 길을 찾는다. 지금부터는 링크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누를까? 말까?'를 고민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과 만나자. 온라인 속 의심이 현실에서 만났을 때는 어느새 믿음으로 변해있을 것이다.

김종찬 취재2본부 차장대우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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