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과전이하(瓜田李下)

@도철원 입력 2025.03.25. 18:18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헌법재판소를 바라보는 시각이 심상치 않다.

탄핵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모두 원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왜 선고하지 않느냐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가적 불안정성 해소를 위해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는 건 탄핵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매한가지만 헌재는 여전히 응답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헌재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 같은 태도는 '과전이하(瓜田李下)'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자두) 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正冠)'에서 유래한 사자성어처럼 '남에게 의심을 받을만한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게' 헌재의 위치가 아닐까 싶다.

최소한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어떠한 이유라도 설명을 해야만 한다.

무슨 이유로 선고기일이 늦어지는 건지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헌재라면 그러한 국민의 열망에 응답해야 한다.

물론 국가수반인 대통령의 진퇴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판결이기에 그 어떤 흠결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건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의견을 수렴하고 결론을 내는 과정이 큰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 정치적인 행보라고 평가를 받아서는 안된다.

법원칙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면 그건 우리나라 최고 법관이라는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듯이, 특정사안을 두고 법의 원칙을 벗어난 판결을 한다면 지금 뿐만 아니라 후세에서도 그 이름은 그리 명예롭지 않을 것임을 헌재재판관들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우리 후세가 이번 판결을 보고 부끄럽지 않도록 헌재에서 헌법정신에 맞는 판결을 내릴 거라고 확신한다. 그래도 그 시기가 너무 늦지 않게, 많은 국민들이 더 이상 기다리지 않도록 속도를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모두 지금보다 평안한,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말이다.

도철원 취재1본부 부장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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