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기존보다 2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며 의정 갈등이 시작됐다. 정부가 의대 증원이 의사 부족과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을 통해 강력하게 저항했다.
1년이 넘도록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의정 갈등은 장기전에 접어들었다. 그러는 사이 환자와 보호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이처럼 남모르게 속앓이하는 이들은 또 있다.
바로 119구급대다. 의정갈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정부와 의료계로만 쏠리면서 이들의 어려움은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응급실 뺑뺑이' 문제로 겪는 구급대원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이들은 응급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는 과정에서 병원과의 협의 부족, 병상 부족 등의 문제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긴 시간 동안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들이 대기하는 동안 상태가 악화되는 등 응급처치와 환자 관리에도 부담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부담은 구급대원들의 건강과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구급대원들의 권리와 처우 개선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들의 고충은 계속해서 묻히고 있다.
참다못한 구급대원들이 드디어 입을 뗐다. 김성현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실 뺑뺑이 사태로 시민들이 생명 위협을 받는 것은 물론, 구급대원들이 열심히 일하고도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자괴감을 호소했습니다. 김 국장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가고 있다"고 토로하며, 근본적인 응급의료 체계 개편을 강조했다.
옛말에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는 말이 있다.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기조차 울음으로 요구하는 바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울기 전에 미리 살피고 알아서 개선해 주면 더없이 좋으련만 우리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그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구급대원들은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했다. 더는 버틸 수 없었던 이들이 드디어 입을 떼고 응급의료 체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구급대원들이 더 나은 근무 환경에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 지원과 장비 개선이 뒤따를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조치가 시급하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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