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재산인 노예나 가축에 자신의 소유임을 표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낙인이다. 금속으로 만든 도장을 불로 달궈 피부에 특정 모양의 화상을 입히는 것이다. 한 번 낙인이 남겨지면 이를 없애기 쉽지 않은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노예나 가축 뿐만 아니라 죄인에게도 낙인을 찍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 낙인을 새기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뜨거운 것으로 살을 지지는 데 따른 고통은 형벌에 가깝기 때문이다. 드라마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가 주인공의 몸을 뜨거운 머리 인두로 지졌던 것처럼.
물리적 낙인은 사라졌지만 사회적 낙인은 아직도 존재한다. 편견과도 같은 것인데 이같은 사회적 낙인은 낙인이 찍힌 이를 무력하게 만든다. 낙인이 찍힌 이에게 향하는 사회적 손가락질 때문이다.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서 배척 당한 정신 질환자가 그렇다.
최근 들어 우울증을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정신적 감기'로 이해하고 이를 치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이전에는 사회적 손가락질 때문에 기록에 남을까 염려해 정신건강을 챙기기 위한 내원도 어려울 정도였다.
어렵게 형성된 정신질환, 특히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최근 들어 해쳐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10일 대전에서 일어난 초등생 피살 사건 가해 교사의 정신 병력에 초점이 맞춰지면서다. 초등생을 살인한 교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울증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며 치료 받고 있는 환자들이 갑작스럽게 부정적 사회의 눈초리와 마주하게 됐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울증은 자신을 해할 수는 있어도 타인을 해칠 확률은 낮은 질병이다. 이들에게 치료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같은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치료 받아야할 사람들이 더욱 숨게 될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치료받지 못한다면 한국 정신건강 위기는 악화일로를 걷게만 된다.
이번 사건은 한 사람의 질병에 집중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제도의 허점을 꼼꼼히 찾아 작은 구멍이라도 메우는데 모두가 여론을 모으고 힘을 모아야한다. 특히 교원을 상대로 한 이같은 낙인은 이들을 더욱 숨게만 만들 뿐 제도적으로, 사회적으로 변화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혜진 취재3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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