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복수주소제

@이윤주 입력 2025.02.11. 19:35

합계출산율 0.75명. 인구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명에서 2019년 0.92명으로 감소한 후 좀처럼 1명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마저 대도시나 수도권으로만 쏠리며, 지방은 소멸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출산지원금이나 각종 수당을 내걸며 인구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일부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우려 속에 전입 지원금 정책을 중단하는 곳도 생겨났다. 모두가 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추진되는 정책들이 빚어낸 현상이다.

반세기 넘에 이어온 등록인구 중심의 정책에 변화가 생긴것은 지난 2023년 '생활인구'가 도입되면서다. 생활인구는 기존 '등록인구'에 일정 시간을 머무는 '체류인구'를 더한 개념으로, 거주지 기반 정주인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출퇴근 개념이 희미해지고 재택근무나 휴양지에서 원격근무를 하는 워케이션 그리고 '4도 3촌' '5도 2촌' 같은 도시와 농촌을 오가는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도 반영됐다. 실제 담양군은 '1읍면 1축제' 관광전략으로 등록인구보다 8배나 많은 생활인구를 늘렸으며, 해남군은 유명 관광지에서 다양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그곳에 거주하지 않아도 온기를 채우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된 셈이다.

생활인구와 함께 소멸위기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복수주소제'다. 복수주소제는 현재 거주하는 주민등록 주소 외에 '제2의 주소(부거주지)'를 등록할 수 있게 하고 조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지방에서는 몇해전부터 복수주소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여러 연구기관은 물론 전라·경상도 8개 광역지자체장 협의기구인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 역시 공동성명을 통해 협력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가 내놓는 중장기전략계획(가칭)에 '복수주소제'가 포함됐다. 소멸위기 해법으로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도입된지 오래며, 일본도 지난해 관련법을 개정해 공포했다. 교육이나 부동산 투자 목적의 위장전입 등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인구문제가 극심한 상황에서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시도가 절실하다. 시간이 없다. 지금이 소멸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이다.

이윤주 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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