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신경전

@이정민 입력 2025.01.16. 16:29
11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 활주로 담장에 검정 추모리본이 메달려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수많은 지역민이 유명을 달리한 가운데 추모공원 조성을 두고 김영록 전남지사와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 간의 때아닌 신경전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남도는 지난 6일 심리상담과 긴급생계비 지원, 특별법 제정과 추모공원 조성, 안전시설 확충과 조기 운항 등을 골자로 한 사고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 9일 민주당 전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460억원 추모공원 조성보다 참사 원인 등 진상규명과 도내 공항 안전 강화 대책 수립이 최우선돼야 한다"며 "도의 무안공항 추모공원 조성 추진계획은 본말이 뒤바뀐 관 주도의 일방적 추진계획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남도는 곧바로 다음날인 지난 10일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지난 6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후속대책 발표는 이제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각오로 무엇보다 유가족을 위로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가장 시급한 유가족 지원과 철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등을 위한 전남도의 역할과 정부 건의사항을 최대한 세부적으로 제시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참사 수습이 한참 진행 중인 가운데 김 지사와 주 위원장이 집안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신경전에는 내년 지방선거가 깔려있다고 말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 후보 출마가 거론되는 주 위원장이 3선을 노리는 김 지사를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도 원인 규명 등 참사 수습이 한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선거를 위한 견제용으로 지역민의 슬픔을 주 위원장이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추모공원 조성은 참사와 관련 다양한 후속 대책이 담긴 특별법 안에 함께 하는 내용이며 유가족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요구한 것을 전남도가 추진하는 데 이를 앞뒤 재지않고 비판했다는 점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12·3 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정국으로 여야의 끊임없는 정쟁을 보고 있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그 와중에 지역에서도 선거를 위한 집안싸움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참사 후속 대응을 위해 지자체가 해야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자신의 선거를 먼저 생각하는 정치 행보를 멈춰야 한다.

이정민 취재1본부 차장대우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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