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애달픈 아픔도 눈과 함께 녹아내리길

@도철원 입력 2025.01.09. 17:42

역대 최악의 여객기 사고라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11일이 지났다.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땐 단순한 항공기 활주로 미끄럼 사고일 거라 지레짐작했었지만 이내 대형 참사, 그것도 우리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걸 알고 나선 그날 하루종일 무슨 일을 해도 뉴스만 보이고, 뉴스만 들렸다.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 친구 등과 함께 여행을 떠났을 희생자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허무했다.

'우리네 삶이 이렇게 허무한 건가'그런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하루를, 매일매일을 더욱더 마지막처럼, 가족들과 함께 더 치열하고 재밌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희생자들 장례식이 모두 끝났지만, 남아 있는 유가족들에겐 끝나지 않은 애달픈 비통함만 남았을걸 생각하니 여전히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는 말처럼 주변 곳곳에서 들리는 부고 소식에도 마음이 아팠고, 광주에서 조화로 쓸 국화가 떨어졌다는 소식도 아프기만 했다.

이제 남은 건 사고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두 번 다시는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책을 확실히 만드는 일이다.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 남은 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희망을 얻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모두의 노력도 함께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도 온라인상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정부에서도 그런 가짜뉴스에 대해 강력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예의를 가져야 한다.

고인들에 대한 추모, 애도가 먼저고 그게 참사를 바라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마지막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광주·전남 곳곳에 하얀 눈이 내렸다. 마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처럼 그동안 내리지 않던 눈이 온세상을 덮었다. 유가족들의 아픔을 보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가족 외에도 수많은 지역민들이 이번 사고로 힘겨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들의 힘겨움도 하얀 눈과 함께 날려버렸으면 바람이다. 언젠가 녹아내릴 눈처럼 애달픈 아픔도 녹아내렸으면 마음이다.

도철원 취재1본부 부장대우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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